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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분단에 기댄 윤석열 전략,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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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분단에 기댄 윤석열 전략, 성공하기 어렵다"

정전협정 70주년…한반도 비핵화 당장은 가능성 낮지만 꾸준히 추진해야

6.25 전쟁을 잠시 멈춘 정전협정을 체결한지 70년이나 지났지만 전쟁의 마무리는 커녕, 윤석열 대통령은 전쟁을 마무리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매개로 윤 대통령이 분단 체제를 공고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 미중 관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인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한반도평화포럼과 국회한반도평화포럼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7.27 정전협정 70주년 학술회의-정전 70년, 다시 평화'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분단체제 매커니즘이 작동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녔다"며 냉전적 사고방식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우연이나 충동의 결과가 아니고 한국사회, 나아가 한반도 구조와 연관된 현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분단체제 메커니즘 재강화하려는 기획, 성공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탈냉전과 한국사회의 민주화는 분단체제의 토대를 계속 약화시켰고, 이는 분단체제에 의존해 기득권을 구축한 사회세력의 이익을 크게 위협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이들에 의해 분단체제의 재공고화를 위한 계기로 포착됐고 이를 활용해 동아시아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구조화시키고 한반도에서 분단체제 메커니즘을 재강화하고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에 대해 반감을 보이고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중국을 배척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데에는 기존에 분단으로 인해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세력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이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 기획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전략경쟁은 과거 진영 간 대립에 기초한 냉전체제와 달리 양국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중국과의 대립구도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냉전시기 반공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한국 상품이 비교적 쉽게 미국 시장에 진입하며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을 만들었던 메커니즘도 지금은 작동하기 어렵다"며 "현재 미국의 무역・투자 정책 등은 이와 상반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체제를 다시 공고화하게 되면 "상시적인 군사적 긴장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안그래도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말해 이같은 전략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동북아 질서 변화와 남북관계'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역시 "미중관계는 둘 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경제분야에서 상호 의존성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도 '디리스킹'에 나서는데 윤석열 정부는 무분별한 대미 편향외교, 대중국 무시 전략 등을 거둘 필요가 있으며 디리스킹에 대응한 전략적 보완과 수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 6·25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과 함께 유엔군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과연 가능한가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정전협정을 넘어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여건 중 하나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상도 논의됐다.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장기적 과제로 가져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방안이 나왔다.

양무진 총장은 "북한의 노림수는 공포의 핵 균형이다. 공포의 핵균형은 핵탄두 보유수가 균형을 이루지 않아도 성립한다. 북한은 이를 통해 체제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라며 "이렇게 되면 북한은 공포의 핵균형에 도달한 이후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를 지속하거나 핵을 포기할 경우 핵군축 협상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도 한반도의 비핵화는 불가능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 프로세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여 경제 제재 해제에 공을 들였으나 상호 입장차이로 결렬된 이후 핵보유에 대한 집착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상호 절대 안보 추구를 통해서는 문제 해결이 결코 불가능하다"고 말해 핵을 위시로 한 군사적 대결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양 총장은 "미중갈등 국면에서 북한은 최대한 핵무기의 고도화에 나설 것인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중간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회의에서 '전쟁에서 평화로 : 시민사회의 대응과 새로운 상상력'을 주제로 발표를 가진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냉정하게 볼 때, 비핵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해진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비핵화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핵의 뿌리에 해당하는 정전체제와 한미동맹체제에 대한 유연하고도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요구된다"며 '비핵지대'의 접근법을 제안했다.

정 소장은 "남북한은 핵무기를 개발・생산・보유・실험・접수를 하지 않고,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 또 핵보유국들은 남북한에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가하지 않고 핵무기 및 그 투발수단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형태로 보장한다"는 선언을 통해 평화체제와 비핵지대 추진을 장기적인 과제로, 군비경쟁 동결과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과도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이같은 접근의 성공 관건은 북한이 수용할지의 여부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용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쟁 방지와 긴장 완화, 그리고 상호간의 위협 감소 조치들을 통해 그 여건을 하나둘 씩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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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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