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이라는 큰 틀의 변화와 함께 영유아의 권리를 보장하고 증진 시키기 위한 변화의 내용은 무엇이며, 유보통합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함께 이루어내야 하는 공공선은 무엇일까?
영유아의 차별 없는 권리 보장을 위한 유보통합
2005년 평가인증이 처음 실시 된 이후 표준보육과정과 누리과정의 제정을 통해 영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과정의 기준이 통합적으로 마련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일상적으로 영유아의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를 노정시켜 왔으며 이에 대한 해결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동안 유아교육과 보육은 영유아의 권리 존중을 중심으로 교육과 보육의 본질을 튼튼히 하는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지원을 확대하는 정책만이 지속적으로 추진됨으로써 회계 업무 중심의 운영이 불균형적으로 강화되어왔으며 아동학대, 안전사고, 급식 문제 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습 방안 중심의 관리 강화 정책이 확대되어왔다. 따라서 유보통합 과정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영유아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에 대해 그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어 직시하고 해결해 나감으로써 영유아의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 아동의 발달권을 위협하는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영유아 보육/교육기관에서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대가 발생되는 원인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다양한 원인 중 하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개방성 부족이다.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중 48.1%는 등하원 차량을 운행하고 있으며 어린이집에 직접 아이를 데려가더라도 현관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다수이다.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개방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열린어린이집 시범 운영이나 행사 등과 같이 참관 날짜와 시간을 특정해서 일시적으로 개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등하원 시 부모가 교실까지 영유아를 데려다주는 일상적인 개방이 필요하다. CCTV와 같은 감시 시스템이 아니라 일상적 개방을 통해 부모와 하루 일과와 교육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부모와 어린이집이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할 뿐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아동학대는 단지 개방성 부족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부적절한 교사 대 아동 비율, 좁은 실내 공간과 실내외 놀이터가 없는 물리적 환경, 과도한 교사의 업무량 등에 의한 교사와 영유아의 과도한 스트레스에 기인한다. 따라서 등하원 시의 일상적 개방과 더불어 반드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고, 어린이집의 인가 규정에 모든 어린이집이 자체 실외 놀이터와 실내 유희실을 보유하도록 하며 교사가 다양한 업무로 인해 영유아에게 소홀해지지 않는 근무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 반려견도 매일 산책시키며 동물권을 보호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영유아가 매일 실외놀이를 하는 것은 영유아의 뇌에 매일 밥을 먹이는 것과 같이 뇌발달에 필수적인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기관의 영유아가 뛰어놀 수 있는 실외놀이터의 설치가 필요한데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 어린이집의 30.6%만 실외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유치원은 체육장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 데 반해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실외놀이터 설치가 50인 이상인 경우에만 의무화되어 있으며 50인 이상인 경우라 하더라도 인근 100m 이내에 있는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신설되는 어린이집의 인가 조건으로 실외놀이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며 자체 놀이터를 설치하기 어려운 아파트형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단지 내 놀이터의 연접을 조건으로 해서만 인가를 해야 한다. 민간 시설을 국공립 또는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전환할 때도 단지 내 놀이터가 연접하는 조건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한다.
놀이터가 미설치 되어있는 기존 어린이집의 경우 놀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이므로 정부가 인근에 영유아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 공간, 숲 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솔 인력과 경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실외놀이터가 없는 어린이집인 경우 자체 또는 인근에 실외놀이터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조사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교사 대 아동 비율
현행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비율은 영유아보육법에 만0세 1:3, 만1세 1:5, 만2세 1:7, 만3세 1:15, 만4세 이상 1:20으로 규정되어 있다. 유치원의 경우 관할청이 정하고 있어 일률적이지 않으나 연령에 따라 학급당 원아 수가 18명에서 30명까지 분포되어 있어 교사 1인이 담당하는 유아 수가 매우 많은 상황이다. 현재의 교사 대 아동 비율로는 교사와 영유아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곤란한 경우가 많으며 산책이나 견학 등 외부활동을 할 경우 원활한 활동을 하기가 어렵고 일상적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적절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영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뿐 아니라 생존권과 보호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유치원의 경우 학급당 유아 수가 연령 별로 18명에서 30명 정도인데 이는 교사 대 아동비율 뿐 아니라 양질의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집단크기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여건이 아니므로 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집단크기 자체가 축소되어야 한다.
○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발달 및 참여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의 확대와 진일보
AI 시대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더 이상 영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영유아 중심, 놀이 중심 교육과정의 정착이 미루어져서는 안되며 발달권의 내용 또한 재정립되어야 한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 AI 이상의 인간의 능력에 주목해야 하며 영유아부터의 교육과정은 이에 맞게 내용이 재구성되어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유아 중심, 놀이 중심으로 개정된 누리과정(표준보육과정)이 영유아 교육기관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영유아 중심의 내용이 놀이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사주도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그 원인을 파악하여 보다 심층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정 누리과정은 여전히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급변하는 현재와 미래사회에 부응하는 교육과정으로 한층 더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기관리 역량, 의사소통 역량, 대인관계 역량, 문제해결력, 창의적 사고력, 생태적 감수성 등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개정 누리과정은 교사와 유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아가 중심이 되고 놀이가 살아나는 교육과정이라고는 하나 유아 중심의 의미가 ‘유아 주도적인 놀이’로서 다분히 한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영유아의 교육과정은 생활과 놀이, 학습이 위계 없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영유아 중심의 교육과정이 단지 ‘영유아 주도적인 놀이’에 그치기보다는 영유아의 생활 전반에서 영유아가 주도성을 갖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유아 중심,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은 일정한 놀이시간, 수업 시간에 분절적으로 적용되기보다는 영유아가 경험하는 모든 일과와 생활에 총체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 장애아동·다문화가정 아동의 개별화 지원이 가능한 유연한 교육 과정
장애아동, 다문화가정의 아동이 비장애아동, 비다문화가정 아동의 교육과정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닌 특별한 요구를 가진 아동에게 적합한 개별적 지원이 가능한 교육과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내외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놀이 중심의 유연하며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으로의 변화가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잔존하고 있는 정형화된 시간과 공간으로 촘촘히 구획되어진 유연성이 결여된 교육과정은 장애아동이나 다문화가정의 아동은 물론 비장애아동, 비다문화가정의 아동조차 적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영유아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의 구획을 보다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영아 특별활동의 금지 또는 연령의 상향 조정과 유아 특별활동의 축소
영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영유아보육법(시행규칙)에서 24개월(부모의 요청이 있으면 18개월도 허용) 이상부터 허용하고 있는 영아 대상 특별활동을 금지하거나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유아 대상 특별활동 또한 축소시켜야 한다. 2023년에 실시한 한 조사에서 부모가 이용하고 있는 어린이집 영아반의 61.6%가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특별활동을 43.7%가 외부 업체가 제공하는 교재 교구를 가지고 교사가 진행하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응답하였다. 조사 결과 영아가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낯선 강사에 대해 부적응하거나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등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실내 자유놀이 시간이 축소되거나 일과가 바쁘게 진행되는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영아의 특별활동을 금지하거나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영유아보육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유아의 특별활동 또한 축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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