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반이 지난 가운데 민주노총과 노동시민사회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 2만 여명의 서명을 제출했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운동본부는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질질 끌고, 솜방망이 구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개악 추진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300건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건중 검찰 기소는 21건으로 6.8%에 불과하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총 13건 이지만 기소된 사건 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태승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자와 경영자를 대하는 검찰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노동자가 기소된 사안에서 검찰이 보이는 무자비함과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검찰이 경영자에게 보이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은 너무나도 대비되어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건설현장의 노동자와 경영자가 수사 대상이 된 사건을 비교했다. 그는 "건설노동자가 더 나은 작업 안전과 근로조건을 위해 투쟁을 개시하면 공갈, 강요, 협박, 업무방해 등 강력범의 낙인과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무리한 수사관행이 있지만 건설사 경영진의 중대재해 책임을 수사하면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2022년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409명이지만 관련해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적은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이른바 '건폭' 수사랍시고 수사기관이 입건한 건설노동자 조합원은 1027명이 넘어간다"며 "건설현장에서 보이는 수사기관의 이중성이야말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다루는 검찰의 민낯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도중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정부나 기업이 시민의 안전을 홀대하면서 조금만 신경쓰면 죽지 않아도 될 시민이 하루아침에 죽어나는 참담함을 겪는다"며 " 그날부터 유가족은 생지옥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겪은 이런 끔찍한 아픔을 겪지말라고 시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위해 중대재해법을 만들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며 "하지만 중대재해법을 만든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미숙 대표는 "용균이 1, 2심 재판은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안 그래도 낮은 형량이 더 감형되고 있어 너무 괴롭다"며 "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다 되었는데 재판부의 가벼운 처벌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법원이 가야할 길은 재발방지를 위해 법의 지엄함을 보여줘야 마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 서류를 조작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온갖 행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노동조합 탄압에는 압수수색, 구속 영장을 남발하던 검찰은 중대재해 수사에는 기업이 제출한 서류만 받고, 단 1명의 구속 영장 발부도 없다"며 "중대재해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인 수사와 기소 처벌은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개악 시도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노동시민사회는 늑장 수사, 소극적인 기소, 솜방망이 구형으로 일관하는 검찰을 규탄하고 엄정 수사와 즉각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2만677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며 "중대재해 범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로 중대재해가 근절되기를 바라는 노동자 시민의 엄중한 명령에 검찰은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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