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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인정 시작했는데" … 진화위는 베트남 학살 '조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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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인정 시작했는데" … 진화위는 베트남 학살 '조사 거부'

'하미 학살' 피해자·유가족들, 진실화해위 상대 행정소송 제기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사건의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진화위가 피해자들의 학살사건 진상조사 요청을 거부하면서다. 지난 2월 법원은 국내 공식기관 최초로 퐁니·퐁녓 학살사건의 국가책임을 인정했지만, 정부는 베트남 과거사에 대해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다.

19일 오전 응우옌티탄(66) 씨 등 하미학살 피해자·유가족 5인은 진화위의 진상조사 거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하미학살은 베트남 전쟁 중인 1968년 2월 24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주둔한 대한민국해병제2여단, 일명 '청룡부대'가 주둔지 인근의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주민 151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대부분의 학살 피해자들이 어린이 또는 여성이었고, 피해자 중엔 생후 1~2개월의 무명아 피해자 또한 3명 있었다.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 씨를 포함한 5인의 원고들은 지난해 4월 국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진화위에 하미학살의 진실규명을 신청했지만, 진화위는 올 5월 "(진실규명의 범위는)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하여 전쟁 시에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되어 적용되지 않는다"며 해당 신청을 각하했다.

원고들은 "과거사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한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이 없다"라며 "진화위가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사 진실규명의 범위를 규정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 제2조엔 실제로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나 △피해자가 외국인인 사건 등을 진실규명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동 조항의 제4호는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을 진실규명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외국 사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1968년 베트남에서 벌어진 하미학살 또한 해당 호에 포함될 수 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베트남문제해결네트워크)는 "하미사건은 권위주의 통치 시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사건임과 동시에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한다"라며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하여 전쟁 시 발생한 사건이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진화위는 이미 '외국적 요소'를 지닌 사건들을 진실규명 대상으로 보고 조사한 적이 있다. 베트남문제해결네트워크는 "진화위는 해외입양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내려 조사 중에 있고, 권위주의 통치시기에 일본 국적의 유학생에 대한 고문 등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여 진실규명을 한 사례가 있다. 한국전쟁 시기 미군에 의한 폭격 등에 의한 희생사건도 진실을 규명했었다"라며 진화위의 베트남 학살 조사거부 결정이 "(조사) 선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정소송의 원고 응우옌티탄 씨는 지난 13일 한국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진화위가) 하미학살 진실 규명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라며 "우리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위원회가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사과 및 피해회복 등 조치를 일관적으로 거부해왔다.

지난 2월엔 법원이 퐁니·퐁녓 학살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정부에 명령했지만, 그보다 앞선 2019년 국방부는 '청원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민간인 학살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같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거부한 바 있다

다만 진화위의 이번 조사 거부 결정은 사실관계보다도 외국적 요소 등에 따른 '진실규명 범위'가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광동 진화위 위원장은 지난 5월 24일 각하 결론을 발표하면서도 "피해에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문제와 관련해 국가책임도 없지 않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하미 마을 피해자·유가족들. 2022년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오른쪽부터) 응우옌티뇨(68세), 응우옌티탄(65세), 응우옌꼬이(77세) 씨. 사진은 2019년 청와대에 청원서 제출 당시의 모습이다. ⓒ한베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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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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