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수해 중 골프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 대구시장 비판에 나섰다. 홍 시장은 "대구시 재난 대비 매뉴얼을 어기지 않았다"고 맞섰다. 앞서도 홍 시장은 "전국을 책임진 대통령도 아니고 나는 대구시만 책임지는 대구시장"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을 겨냥해 "수해로 전 국민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골프장을 찾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 자세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라면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으로 지탄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기록적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다. 이럴 때일수록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며 "우리 당 의원은 물론 당협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한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 골프 논란에 대해 "당에서 엄중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이 홍 시장을 당무감사위원회나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사실관계 및 진상파악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당 지도부는 아니지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말에 골프 치고 테니스 치는 걸 뭐라고 그러겠는가만 우리 사상 최고의 인명피해가 난 날이라는 것이 문제 아니겠나"라며 "그것(수해 피해가 집중된 지역)이 내 관할지역이 아니라고 해서 '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홍 시장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저도 저희 지역(분당 을)이 수해 피해가 덜 있다고 다른 지역에 있는 인명 피해에 대해 그냥 외면하고 이러면 안 되지 않나"라며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다고 생각은 되지만 국민 정서와는 안 맞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겨냥한 비판 발언이 나오자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호우 경보가 발효되면 부단체장이 업무 총괄하고 단체장은 부여된 역할이 없다"며 "더구나 정상 근무나 자택 대기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게 대구시 재난 대비 메뉴얼"이라고 썼다.
홍 시장은 "그 업무총괄이라는 것은 평시에도 늘 하는 것이고 주말에도 나는 주중과 똑같이 업무총괄을 하고 있다"며 "비상 2단계 발령시 단체장은 관례상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얼하던 상관 없다. 비상 3단계 때 비로소 단체장이 업무총괄을 하는데 당시는 비상 2단계에 불과 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 하는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 하는건 좀 그렇다"며 "나는 대구시 재난대비 메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공세에 나선 배경에 홍 시장이 "대통령"을 끌어들여 방어에 나선 점이 작용했을지도 주목된다. 홍 시장은 '집중호우 피해가 속출하던 지난 15일 골프장을 찾았다'는 비판에 대해 전날 페이스북에서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그걸 두고 트집 잡아본들 나는 전혀 괘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건 수십년간 어느 정권에서도 지켜온 내 원칙이다.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다. 그런 거로 트집 잡는 권위주의 시대는 이젠 아니다"라고 대통령을 거론했다.
홍 시장은 같은 날 쓴 다른 글에서도 "(골프장에 간) 당시에는 큰 비가 오지도 않았다"며 "견강부회해 본들 달라질 것 없다. 16일도 운동 약속이 돼 있었으나 팔거천 인명사고, 경북, 청주 사태를 뒤늦게 알고 취소한 바 있지만 내가 맡고 있는 대구시는 지금까지 수해 대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을 책임진 대통령도 아니고 나는 대구시만 책임지는 대구시장이다. 일도 못하는 사람들이 입만 살아 가지고 걸핏하면 트집이나 잡고 이제 그만 트집 잡아라"며 또 한 번 대통령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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