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강우량 400mm를 넘기며 최근 사흘 새 전북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익산시 함라면은 16일 아침, 겉으로는 평온했다. 간헐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집중 호우는 소강 상태를 보였고, 물에 빠졌던 논밭도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짙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오후 3시에 50.5mm의 시간 당 강수량을 기록하며 저지대 논밭이 거대한 강으로 변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함라면 수동마을의 박춘자 할머니(83)는 "생전이 이렇게 비가 많이 온 적은 없었다. 이틀 전만 해도 인근 논밭이 물바다였다"며 "이제는 비만 보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근 교동마을에 사는 70대의 한 주민도 "마을 뒤에 있는 함라산에서 한때 토사가 내려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며 "비가 쏟아질 때는 무릎까지 차 올랐는데, 다행히 배수가 잘 돼 큰 피해가 없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교동마을은 함라한옥체험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옥으로 힐링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온 곳인데, 일부 돌담이 수마에 할퀸 듯 깊게 파여 있었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들은 아직도 1m 가량 촉촉이 젖어 있어 집중 호우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함라마을의 3대 부자 중 한 명인 김병순이 지은 고택 문 앞에는 호우 피해를 막으려는 모래주머니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민 20여 명이 인근 경로당으로 대피했던 함라면 연화마을도 곳곳에 호우 피해 흔적이 있었지만 논밭의 물은 많이 빠지는 등 옛 모습을 조금씩 회복해 가는 모습이다.
함라면 행정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에 한꺼번에 비가 너무 많이 와 피해 예방 차원에서 사전 대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익산시 함라면의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강수량은 452.0mm로 전북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수동마을의 한 주민은 "이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며 "하루빨리 침수 피해를 복구하고 호우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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