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부터 지속된 광주전남지역의 장기간 가뭄은 이상기후로 인한 실생활의 위협을 보여준 시기였다. 비록 가뭄의 규모와 심각성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향후 기후위기 시대에 이번 가뭄과 같은 현상이 언제고 반복될 수 있고, 더욱 빈번하고 장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우리 사회에 각인시켰다.
또 다시 등장한 '4대강 물그릇론'
상황이 상황인만큼 정부 대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실제적인 위협으로 직면한 가뭄 위기에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황에서, 환경부는 '4대강사업' 카드를 들고 나섰다. 4월 3일 환경부가 발표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에는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16개 보의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후위기 시대 수자원 확보에 안정성을 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4대강사업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했던 이른바 '4대강 물그릇론'이다.
이 '물그릇론'에 대한 무용함은 역대 감사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되었다. 2018년 이뤄진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에 따르면 4대강 보로 인해 확보된 수자원 중 활용 가능한 규모는 8.6%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권역별 물 부족 지역은 대부분 도서해안 및 산간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4대강사업같이 본류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전국 단위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또한 마찬가지로, 영산강의 승촌보와 죽산보는 용수 공급 능력이 미미하기에 물그릇을 확보한다 한들 실제적인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시대에 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위협받고 있으니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며 4대강 보의 '유용성'을 강변하였다. 정부는 마치 4대강의 보가 기후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열심히 4대강의 보를 홍보했다.
기후위기 해결사 아닌 기후위기 유발
정부의 가뭄 대책 발표 약 한 달 뒤, 정부의 믿음과는 다른 한 연구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수행한 '3개 하천과 하구역의 온실기체 분포에 나타난 유역-고유의 오염 및 저류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느려진 낙동강에서 주요 온실기체 중 하나인 메탄이 대량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4대강의 보는 기후위기의 대응책이 아닌 오히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요인인 것이다.
박지형 교수 연구진은 한강과 영산강, 낙동강 주요 지점의 3대 온실기체(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를 조사하였다. 한강과 영산강의 경우 각각 하류인 수도권, 상류인 광주에서 높은 온실기체 농도가 측정되어 수질오염과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낙동강의 경우 중하류의 수질오염이 영산강 상류에 비해 낮음에도 오히려 높은 메탄 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낙동강의 높은 메탄 농도는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보의 영향이었다. 보의 건설로 인해 느려진 유속이 녹조의 대량 발생을 촉진시켰고, 녹조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 속 혐기적인 조건에서 메탄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기온이 증가하는 여름철에 물 속에서 메탄의 산화 작용(oxidation)도 크게 증가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산소가 희박한 하천 퇴적층에는 물 표면에서 배출되는 메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메탄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메탄의 경우 지구대기에 미치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 대비 80배에 이르는 만큼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23일 대한하천학회와 시민환경연구소가 공동주최하고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가 주관한 '시민강좌-기후위기와 우리강의 건강성'에서 연구를 수행한 박지형 교수는 해당 연구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본인을 생태계의 탄소 순환 연구자로 소개한 박지형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의 영향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가 기후위기에 다시 영향을 주는 이번 사례와 같은 내용들이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형 교수는 기후가 변화하며 하천 생태계에 주는 영향으로 온난화와 강우량 증가로 인해 하천에 영양염류 유입이 많아지는 부영양화가 발생하며, 이는 곧 녹조의 대량 발생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의 연구 결과 최근 40년간 세계 주요 71개 호수의 68%에서 여름철 녹조 강도가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지형 교수는 인공적 하천 시스템의 불연속성에 대해 지적했다. 하천 연속성의 개념에서 볼 때 자연 상태의 연속적 하천의 경우 상류부터 하류까지 환경 변화에 따라 생물, 물질대사가 완만하게 변화하는데, 오늘날 댐이나 보와 같은 하천 구조물과 각종 오염물질의 방류로 이러한 하천의 연속성과 균형은 이미 붕괴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강 유역을 조사한 박지형 교수는 북한강 유역의 경우 댐으로 인해 녹조류의 생산성이 증가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 녹조류의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는 감소한 반면, 소양댐을 제외한 의암댐과 청평댐, 팔당댐에서 메탄 발생이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강 하류의 경우 수도권 지천에서의 오염물질 유입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발생이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은 하천의 온실기체 배출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박지형 교수의 설명이다. 2015년 장기 가뭄 당시 소양호 퇴적물이 수면 밖으로 노출되며 수십 년간 댐 바닥에 축적된 탄소가 단기적으로 급격히 배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 가뭄 당시 한강에서도 녹조가 굉장히 번성했었는데, 이 당시 대량 번성한 녹조로 인해 낮에는 녹조류가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가 일부 줄어들었으나, 밤에는 다시 크게 배출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렇게 전반적인 녹조 농도가 증가할 때 메탄 또한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박지형 교수 연구진의 연구 결과 확인되었다.
이를 종합하였을 때 한강 하류하구역과 영산강 상류의 경우 수질오염으로 인한 온실기체의 국지적 증가를 겪고 있으며, 낙동강 중하류하구역의 경우 댐, 보와 같은 하천 구조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감소 및 메탄의 증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 필요
박지형 교수의 연구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박지형 교수는 강좌에서 미시시피강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하류로 갈수록 보의 영향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은 감소하는 반면 메탄의 발생은 증가한다는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박지형 교수 연구는 한국의 낙동강 또한 미국의 미시시피강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같이 앞선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사회 문제에 적용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우리가 과거를 공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앞선 교훈을 모두 잊은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뭄을 핑계 삼아 4대강 보의 유용성을 강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제적인 가뭄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오히려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메탄의 발생을 부채질하는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4대강 보 구간에 강력한 독소를 품은 녹조가 매년 여름 대량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 1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녹조 저감 방안에 보에 대한 내용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실제 이행에도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탄소중립에 대한 노력을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4대강에 해야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거대한 16개 보로 훼손된 물의 연속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4대강 보를 지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하는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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