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경북 경산시의회에서 폭발하며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에 관한 5분 자유 발언을 하던 시의원이 의장의 명령으로 강제 퇴장 당했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시의원의 두 팔을 결박해 끌어내고, 모 시의원이 쌍욕을 내뱉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공개돼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5분 발언을 하고 있던 이경원 경산시의원을 강제로 퇴장시킨 박순득 경산시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좌파적 선전 선동을 멈추라"며 맞섰다.
경북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도의원들은 경산시의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9일 경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이경원 의원이 2021년 당시 경산시의회가 채택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류 규탄 결의문을 자료화면으로 송출하기로 합의했다가 (박순득 의장이) 본회의 직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5분 자유발언 도중 사무처 직원들을 시켜 이 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등 의원의 위상을 무참히 짓밟았고, 의원의 발언을 정지할 수 없다는 시의회 회의규칙을 위반했다"라며,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와 의장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산시 조현일 시장을 향해서도 "시의회 관전평 남길 시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시민 안전 대책을 수립하라"고 비판했다.
양재영 민주당 경산지역위원장은 삭발식을 거행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까지 강력 투쟁을 결의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민주당에 맞서 "좌파적 선전 선동을 멈추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대표로 나선 김상호 시의원은 "이번 5분 발언 사태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본질적으로 상반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발생된 점에 대해 유감을 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좌파적 선전 선동을 멈추고 과학적 진실로 국민을 대변하는 제1야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박 의장은 "(2021년 5월 당시 8대 경산시의회가 채택한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결의문과 관련 사진을 대표 발의한 저와 당사자인 8대 의원들과 사전협의 없이 배포하고 낭독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고,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제지했다"고 해명했다.
조현일 경산시장도 민주당의 비판에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과 박 의장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수준 이하의 운영을 보여준 경산 시의회를 향해 "박 의장은 본인이 잘못한 것으로 밝혀지면 '사과'한다면서, 이 의원이 잘못했을 때는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반드시 징계해달라고 발언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시의원을 강제 연행하듯 끌어내리고, 모 시의원의 '쌍욕'도 중계됐는데 이에 대한 사과는 아무도 없다"라며, "지방의회 운영의 수준이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회의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의장은 '법이나 회의규칙에 위배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해 질서를 어지럽히면 경고 또는 제지를 하거나 발언의 취소'를 명할 수 있다. 또한 '명에 따르지 않으면, 발언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
반면 지방의회의원은 회의 중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할 수 없다.
한편 보수 텃밭으로 알려진 경북 경산시는 '시의원 5분 자유 발언 검열' 논란에 앞서 시민 대상 독서감상문대회에서 조국·유시민이 집필한 책 등이 선정되자, 재고(再考)를 권유해 '검열' 논란이 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