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여야 협의체를 별도 구성해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협상 시한을 이달 중순으로 제시했지만, 의원 정수와 비례의석 확대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의견 차가 커 이달 중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3일 국회 본청 내 국회의장실에서 '2+2 협의체' 발족식을 개최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통해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전원위 이후 최종 합의안 도출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이 결렬되면서 그 대안으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한 것.
김 의장은 협의체 발족식에서 "내년 4월 총선을 헌법정신이나 선거법 정신에 맞춰 치러 내려면 아무리 늦어도 7월 중순까진 선거법 협상이 마무리돼야 하고, 그걸 토대로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작업을 8월 말까지 끝내야 한다"며 "예년과는 달리 각 당 지도부가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으니까 이제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과감한 결단과 서로 비판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상대방을 기만하지 않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백년대계를 결정할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 정치 불신을 깨기 위해 특히 선거제에 관해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역뿐 아니라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원외의 많은 정치 지망생을 조금 더 공정한 위치에서 하도록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정기국회 전까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협의 과정에서 각 정당에 유리한 안을 추구하다보면 협의는 방향을 잃고 표류할 것"이라며 당의 유불리에 얽매이지 않고 논의에 임할 각오를 밝혔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민주당은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정당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와 협의해 당론을 모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간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 논의를 주도해왔던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이날 오후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찾아 선거제 개편을 위한 각별한 관심과 역할을 촉구했다.
이 모임 소속인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매년 선거 때마다 선거제도 개편과 정치개혁이라는 의제가 나오지만 막판에 (시간적으로) 몰렸을 때 졸속 개편됐다"면서 "원내 1당 민주당의 이 대표에게 빨리 논의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어떤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없어서 많이 서운했는데, 말씀은 못하셨어도 의지를 갖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해서 찾아뵈었다"면서 "더 나은 선거제도를 만들기 위한 협상은 물론 위성정당을 방지할 수 있는 방지법을 정개특위에서 토론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고 많은 노력을 해주시고 있다"며 "지지부진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이 대표는 "현재 정국을 보면 민생·경제를 챙기기보다는 상대를 절멸하기 위한 정쟁적 시도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이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대표성·다양성이 보장되고 국민의 주권 의지가 관철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정치제도임을 동의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적을 떠나서 선거제 개편,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뜻에 맞는 합리적 선거 제도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민주당도 저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가 각 당의 유불리를 떠나 선거제 개편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지만 협상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소선거구제는 유지하되 비례성 확대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선 의석 수를 늘려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을 통해 의원 정수를 도리어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소선거구제에 권역별 비례를 늘리는 쪽으로 우리 안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면서 "사표를 방지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선거제도를 위해서는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석 수 조정 등 쟁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자연히 김 의장이 제시한 7월 중순 시한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수석부대표는 "양당은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심정이 같다"며 "생각이 다른 부분을 어떻게 맞춰나가느냐에 따라 (협상) 시기가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기헌 수석 역시 "그때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당위의 말씀만 드린 것 뿐"이라며 "협의해봐야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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