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3년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15억 원대에서 약 19억 원으로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8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가진 주식 규모가 가장 컸던 국회의원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위 10인 중 7명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21대 국회 기간에 보유한 주식 가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국회의원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국회의원 110명이 3000만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절반은 21대 국회 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매각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상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히고 각 정당에 국회의원 재산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21대 국회의원 소유 주식 6.4억서 8.2억으로 증가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1대 국회 3년간 국회의원의 주식 등 증권재산 평균은 2020년 6억4000만 원에서 올해 8억2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년 가치 증가율이 26.9%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식 신고액은 2020년 8075만 원에서 올해 1억7281만 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이 114.0%에 달했다.
하지만 주식 가치로는 국민의힘 의원이 보유한 주식이 압도적으로 컸다. 국민의힘 의원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2020년 15억648만 원에서 올해 18억9475만 원으로 3억8827만 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25.8%였다.
시대전환(조정훈 의원) 국회의원 1인의 보유 주식 가치는 2020년 4284만 원에서 올해 2017만 원으로 반토막(-52.9%)났다. 무소속 의원 주식 가치는 2020년 26억2943만 원(9명)에서 올해 5411만 원(7명)으로 급감했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에는 주식 보유자가 없었다. 즉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정당 의원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만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그 규모도 컸다고 할 수 있다.
경실련은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 증가액 규모가 국민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증권재산 평균 가치가 6억4000만 원에서 8억2000만 원으로 1억8000만 원 증가하는 사이 국민이 보유한 평균 증권재산 가치는 934만 원에서 1691만 원(2022년 기준)으로 757만 원 증가했다. 국회의원과 국민 평균 증권재산 격차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국회의원이 국민 평균의 48.5배에 달하는 주식을 갖고 있었다. 국회의원이 보통 국민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무리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국회의원 140명이 주식 소유… 비상장주식 비중 커
국회의원이 특정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관련 상임위에 진출한다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고위공직자가 직계존비속 명의의 주식을 3000만 원 초과하는 규모로 보유한 경우 2개월 이내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의무화(주식백지신탁제도)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주식 보유 내역을 보면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2020년 주식 보유 현황을 신고한 국회의원은 125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41.7%였다. 이 수는 올해 140명이 돼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현재 296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3%가 주식을 보유했다.
국회 의정 활동 기간에 주식을 새로 가진 국회의원이 더 늘어났다는 소리다.
국회의원들은 상당 규모의 주식을 비상장주식으로 갖고 있었다.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기업 주식 비중이 컸다.
2020년 125명의 국회의원이 신고한 평균 증권가액은 15억3000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장주식은 8000만 원이었고 비상장주식이 14억5000만 원에 달했다.
올해의 경우 140명의 주식 보유 내역 신고 국회의원이 가진 주식가액은 평균 16억6000만 원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억1000만 원이 비상장주식이었다.
안철수 주식 1240억 보유…상위 10명 중 7명이 국민의힘
2020년 신고한 증권 재산 규모가 가장 컸던 국회의원은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보건복지위)이었다. 비상장주식으로만 858억7314만 원 어치를 보유했다.
전 의원이 보유한 주식 세부내역을 보면 이진주택 주식 1만 주, 동수토건 주식 5만8000주 등이었다. 이 가운데 동수토건 주식은 지난해 백지신탁해 올해 현재 전 의원은 이진주택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경실련은 동수토건의 경우도 "백지신탁 후 여전히 처분되지 않아 이해충돌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 등 친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이를 백지신탁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어 보유 주식 가치가 컸던 의원은 현무경 국민의힘 의원(산자위)이었다. 비상장주식으로만 327억3052만 원 어치를 보유했다.
세부내역을 보면 디젠 39만8000주, 효림에이치에프 8만4000주, 효림산업 8만6000주, 효림정공 14만 주였다. 현 의원은 이들 주식 전부를 2020년 백지신탁했으나 팔리지 않아 이해충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경실련은 "현 의원이 올해 5월 24일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차 전환 및 생태계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을 심사"했다며 "보유 주식 내역을 볼 때 이해충돌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올해 기준 보유 주식 가치가 가장 컸던 국회의원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외통위, 첨단산업특위)이었다. 6.1재보궐선거에서 당선해 신규 등록했다. 안랩 주식 186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의 가치는 1240억 원이었다.
안 의원은 안랩 창업주다. 지난 2013년 국회에 입성할 때 이미 이해충돌 논란이 일어났다. 당시 안 의원은 주식을 백지신탁하면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소액주주에게도 누를 끼친다며 백지신탁을 하지 않았다. 대신 상임위로 정무위가 아닌 보복위를 택했다. 하지만 현재 첨단산업특위의 경우 이해충돌 논란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전봉민 의원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안 의원으로 인해 각각 2, 3위로 내려앉았다. 윤상현 의원(정무위에서 외통위로 변경)은 상장주식 24억6658만 원, 비상장주식 214억2825만 원을 소유했다. 2020년 푸르밀 12만6000주, 삼경축산 9만 주, 대선건설 48만 주, KIPM 1만 주 등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다. 윤 의원은 일부 상장주식을 매각했고 또 신규 매수하기도 했다. 올해 기준 다수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을 신고했다.
경실련은 "윤상현 의원 배우자가 롯데그룹 푸르밀 신준호 전 회장의 딸이며 대선건설 대표인데 윤 의원은 하반기 정무위를 배정받게 됐다"며 "공정거래 정책을 다루는 정무위 의원이 거대 기업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특정 기업 소유권까지 가져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 주식 많아… 이해충돌 우려 커
4위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위, 외통위에서 환노위로 변경)이었다. 비상장주식 154억9500만 원 어치를 보유했다. 2020년 기준 동우에이앤 2500주, 피앤제이글로벌 4만 주, 아마존카 30만 주, 아마존인슈 2만3000주, 박정어학원 3만8000주, 소나무마을 3900주, 디멘젼투자자문 17만 주 등을 신고했다. 2021년 디멘젼투자자문과 피앤제이글로벌 등의 주식을 매각했고 상장주식을 추가 취득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보복위)이 상장주식 4000만 원, 비상장주식 62억8000만 원 어치를 보유해 5위였다. 2020년 경기은행 1만 주, 충청은행 200주, 백산금속 5만1000주, 동남은행 1만 주, 부광개발 6만 주, 동화은행 200주, 대동은행 1만 주 등의 비상장주식과 금강공업 4500주 등의 상장주식을 신고했고 올해도 계속 보유 중이다.
다음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문체위)으로 상장주식 3000만 원, 비상장주식 56억2000만 원을 소유했다. 2020년 예인건축연구소 1만 주의 비상장주식을 신고했다. 관련 법 개정으로 평가금액이 상승해 2021년부터 주식 상위 10위에 들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보복위)이 비상장주식 26억5000만 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정부위)이 상장주식 9억6000만 원을 각각 보유했다. 강 의원은 2020년 일신금속공업 47만 주와 일진단조공업 6만 주를 신고했고 올해도 변동 없었다.
박덕흠 의원은 2020년에는 주식 신고 내역이 없었으나 2021년 5억2000만 원 상당의 다수 상장주식을 신규 취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원하건설 11만6000주, 이준종합건설 11만9000주, 혜영건설 14만7000주 등을 등록했다. 등록 당시 "백지신탁 해지로 인한 비상장주식 등록"으로 기재했다. 같은 해 원하건설과 이준종합건설은 백지신탁 신고했다. 경실련은 백지신탁 후에도 매각이 되지 않아 이해충돌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특히 박덕흠 의원을 두고 "2014년에는 백지신탁한 원하종합건설(현 이준종합건설) 등 100억 원이 넘는 건설회사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채 5년간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했다"며 "이 기간 박 의원 가족회사가 수천억 원대 공사비와 기술사용료 수입을 올려 이해충돌 논란이 났고 비상장주식을 액면가의 8배 가액으로 비싸게 내놓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국방위)은 비상장주식 7억6000만 원을,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국방위)은 상장주식 7억5000만 원을 각각 소유했다.
관련 내역을 살펴보면 재벌가 인맥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대체로 비상장 건설회사 주식을 소유한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지역 사회에서 해당 국회의원이 가진 명망과 건설회사 간 이해관계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윤상현 주식 61.8억서 238.9억으로 급증
올해까지 21대 국회 3년간 주식재산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한 이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2020년 61억8000만 원이던 주식 가치가 올해에는 238억9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증가액이 177억1000만 원에 달했다.
다음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30억7000만 원에서 155억 원으로 가치가 불어났다. 다음은 홍익표 의원이었다. 5000만 원에서 56억6000만 원으로 주식 가치가 불어났다. 증가폭이 10배가 넘는다.
이어 박덕흠 의원의 주식 가액 증가 규모가 9억6000만 원이었다. 성일종 의원 주식 가치는 7억4000만 원 불어났다.
다음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외통위)으로 3000만 원이던 보유주식이 5억7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바보스탁 1만주 비상장주식을 신고한 후 매도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올해까지 상장주식을 신규 취득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교육위, 예결특위)은 2020년 주식회사 땡큐인터내셔널 1만주를 5000만 원에 신고했다. 이후 추가 매입은 없었으나, 비상장주식의 가액 산정을 액면가에서 평가액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증가액 상위 10인 명단에 포함됐다. 해당 주식은 2021년 1억5000만 원, 2022년 1억7000만 원, 올해에는 2억1000만 원으로 신고됐다. 경실련은 "현재까지 신고된 매각 및 백지신탁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기정통위)은 21년 3억3000만 원이던 주식이 올해 5억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2021년 예수금으로 해외주식을 매수해 주식재산을 신고했다. 올해 기준 신고한 주식은 알리바바그룹홀딩 1500주, 테슬라 400주 등이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국토위)은 3억1000만 원이던 주식이 올해 5억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2020년 맥쿼리인프라 1만5000주 등 다수 상장주식을 신고한 후 매도했다. 작년 다수 주식을 매도하는 동시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보통주 3만6000주를 신규 매입했다. 이에 논란이 일자 올해 본인이 매입한 주식을 배우자에게 양도했다.
경실련은 "국토부 차관 출신인 김희국 의원이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맥쿼리 인프라 주식을 보유했다"며 "김 의원은 직무관련성 심사에서 문제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맥쿼리인프라는 이명박 정부 때 철도와 도로, 항만 등의 민영화로 정치권과 유착 의혹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위)의 경우 5000만 원이던 주식이 2억2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주식 절대가액이 큰 사례에 주로 국민의힘 의원이 몰린 반면, 주식가치 증가 명단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주식백지신탁제 유명무실… "심사 기준도 공개 안 돼"
경실련은 이 같은 현황을 볼 때 지금의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유명무실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일침했다.
관련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졌을 경우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더불어 상임위 등 의정활동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지도 확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실련은 3000만 원 초과 주식 보유자를 조사한 결과 2020년 61명, 2021년 63명, 2022년 62명, 2023년 53명이 3000만 원을 초과한 주식을 갖고 있었고 이들 중 중복을 제외하면 총 110명의 국회의원이 21대 국회에서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소유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110명의 국회의원이 신고한 주식의 합계 신고액은 3년 평균2039억3000만 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신고액은 34억5000만 원이었다.
이들 110명 가운데 절반인 55명은 21대 국회 중 매각 백지신탁하거나 주식을 자진 매각하거나 가액 변동 등으로 인해 올해에는 3000만 원 이하의 주식을 신고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인 55명의 국회의원은 여전히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갖고 있었다. 주식백지신탁제도상 매각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을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28명, 더불어민주당 27명이었다.
경실련은 "지난 3년간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국회의원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아예 신규로 3000만 원을 초과하는 국회의원도 나왔다"며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제기능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지웅 변호사는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제기능을 못하는 이유로 "인사혁신처의 주식백지신탁임사위원회 심사 기준이 불분명해 어떤 주식을 계속 보유하도록 허용하는지 심사 기준을 국민이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정 변호사는 아울러 "인사혁신처가 직무관련성 심사 정보를 비공개해 그들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정한 경우 관보에 공고조차 되지 않아 국민은 해당 국회의원 주식이 왜 직무관련성이 없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주식은 아예 신고 대상조차 아니라는 점도 문제라고 정 변호사는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 OTT를 비롯해 많은 산업업종에 해외기업이 국내에 직접 진출했는데, 관련 상임위에서 이들 회사 주식을 가진 국회의원은 얼마든지 그 회사에 혜택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아예 감시 대상이 아니어서 견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최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의혹을 거론하며 "당시 정치권은 김 의원을 향해 가상자산을 보유한 의원이 성실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며 같은 기준을 주식에도 세워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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