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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백신’과 ‘예방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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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백신’과 ‘예방 주사’

요즘은 논문 심사 기간이라 엄청나게 바쁘다. 특히 한국어과에는 외국인 학생이 많아서 지도하기가 더욱 힘들다. 예를 들면 중국학생이 중국어로 논문을 써 온 것을 보면 괜찮은데, 한국어로 번역해 온 것은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이 엉망이고, 번역투의 문장이 많다. 그래서 처음부터 한글로 쓰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수료 후 몇 년 지도를 받고 있다가 논문을 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3년 정도 논문 지도하면 조금 틀이 잡혀 보인다. 외국인을 많이 만나는 관계로 필자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 –19’에 걸릴까 봐 마스크는 꼭 하고, 만나고 나서 손발 씻고, 의심이 나면 소금물로 가글한다.

지난 금요일에 감기가 심한 학과 교수와 논문 및 학사 관련 회의를 하고 마쳤는데, 3일이 지난 후부터 뭔가 몸이 이상이 왔다. 기분 나쁠 정도로 쑤시고, 가래가 끼고 몸이 나른했다. 평소에 감기 한 번 안 걸린 몸이라 감기 걸린 교수와 회의한 것 정도는 우습게 알았다. 이 정도야 괜찮겠지 했는데, 어제 저녁에는 정신 차릴 수 없이 졸음이 쏟아져서 쓰러져 자고 말았다. 오늘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

백신을 세 번 다 맞았는데 코로나에 걸려도 되는지 묻고 싶다. 주변에 있는 형제들도 모두 걸렸고, 지인들 중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드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고생을 했다. 그렇다면 백신을 세 차례나 맞은 이유를 모르겠다. 백신이 우리말인 줄 아는 독자들이 많다. 영어로 ‘vaccine’이라고 쓴다. 그 의미는 “1. 두묘(痘苗)2. (일반적으로 접종용) 백신 3. 백신”이다. 굳이 우리말로 길게 풀어본다면 “전염병에 대하여 인공적으로 면역을 얻기 위해 쓰는 항원”이라고 한다. 이제 백신은 외래어가 되었다. 우리말로 예방 주사나 예방 접종이라는 말보다는 백신을 맞았느냐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백신의 예문으로는

독감은 아무리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 예방을 하여도 소용이 없다.

그 백신은 면역성이 좋아 한 번 접종으로 끝난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예순이 넘은 사람들은 보통 천연두 백신에 대해 들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한 백신은 “컴퓨터에서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찾아내거나,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손상을 입은 디스크를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지칭하기도 한다.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백신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예방 주사(豫防 注射)는 “전염병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몸에 놓는 주사”이다. 그러니까 백신은 ‘항원’을 이르는 말이고, 예방 주사나 예방 접종은 ‘예방약(?)을 미리 몸에 넣어 주는 일’을 이른다. 예방이라는 말은 참 좋은 단어다.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여 막는다’는 말이다. 쓰나미를 막기 위하여 제방을 쌓는 것도 예방이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의 안부를 묻는 것도 예방이다. 여기에 주사(注射)라는 말은 ‘액으로 된 약을 주사기에 넣어 생물체의 조직이나 혈관 속에 직접 주입함’을 이른다.

하여간 예방 주사를 놓았으니 안심하시지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를 놓았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백신과 예방 주사는 엄격한 의미로 차이가 있다. 항원을 말하는 것이 백신이고, 미리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예방 주사다. 아무튼 백신을 맞든 예방 주사를 맞든 세 번이나 맞았는데, 코로나가 걸린다면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온 국민이 다 맞을 정도로 큰 돈을 들였는데, 온 국민이 다 코로나에 걸렸다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해명은 누구에게 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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