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을 비롯한 '비임금노동자' 788만명, 그러나 최저임금 권리를 비롯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에 최저임금 권리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노동 현실을 알아보고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엊그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하나 받아보았습니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라고 하는 자료였습니다. 여기에는 작년과 올해 노동자들 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중요한 조사결과들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맨 앞부분부터 탁 막혔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거든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시간, 사회보험 가입여부 등이 대부분 파악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하였음"
여기 제 납세 증명서가 있습니다. 소득금액증명도 있어요. 이렇게 세금은 칼같이 가져가면서 파악이 안 된다니요? 예술인 고용보험도 정말 칼같이 떼어갑니다. 여러 곳 회사와 플랫폼에서 일하면 각 회사와 플랫폼에서 고용보험료를 다 떼어갑니다. 월급 받는 직장인보다 한없이 투명한 유리지갑입니다. 모든 기록이 플랫폼 서버에 기록되고 그걸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이 다 파악해서 세금과 보험료를 매기고 징수합니다.
하지만 고용보험료를 내면 뭐합니까? 사업자등록증이 살아 있으면 실업으로 간주해 주지도 않아서 저는 작년 11월에 연재가 끝났는데도 실업급여를 못 받았습니다. 고용보험자격 이력내역서에 다 나옵니다.
일감을 받을 때 사업자로 해서 받는 게 일부 있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을 없앨 수는 없어요. 폐업신고를 하면 그쪽 일감은 영원히 포기해야 합니다. 혜택도 못 받으면서 따박따박 고용보험료를 강제로 납부당하고 있는데 우리는 조사 분석에서도 아예 "제외"한다고 합니다.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권리 보장에서 아예 처음부터 지워버리고 가겠다는 얘길 이렇게 대놓고 해도 되는 건가요. 우리는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최저임금 혜택을 안 줄 거면, 실업급여 혜택도 주지 않을 거면, 원천징수세도 고용보험료도 안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요? 세금과 보험료 떼어갈 땐 플랫폼을 활용해 모든 걸 들여다보죠. 그럴 땐 사각지대가 아니었는데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땐 갑자기 우리가 사각지대에 서게 됩니다.
정부는 이렇게 뭔가 조사하고 분석할 때는 우리를 자기들 시야의 사각지대에 숨겨 두고,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는 정부 스스로 우리들 시야의 사각에 가서 숨어 버립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이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도대체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완전히 밀실 회의 비슷하게 진행되고 회의결과 브리핑조차도 안 합니다. 회의결과 공개를 안 할 거면 회의는 왜 하는 겁니까? "너희들 모르게 우리가 알아서 결정할 테니까 너희들은 그냥 따르라"는 태도를 이렇게 대놓고 보여줘도 되는 겁니까.
국회도 본회의와 상임위 전체회의, 공청회 등은 생방송 공개를 원칙으로 합니다. 가장 민감한 내용이 다뤄지는 법안심사소위의 경우 비록 생방송이나 참관은 허용되지 않지만, 사후적으로 매우 세부적인 회의록까지 모두 공개됩니다.
회의록 작성 앱까지 무상으로 보급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 생계를 결정하는 최저임금 심의는 아직도 깜깜이 교섭입니다. 속이 터집니다. 우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도 보게 해 주십시오. 보이게 해 주십시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헌법에 보장된 최저임금! 투명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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