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야간문화제를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킨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자본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권력으로 탄압하고 있다"며 경찰의 강제 해산 조치에 항의했다.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은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몇년간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해왔다"며 "하루 사이에 법이라도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전날 경찰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의 야간 문화제를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그간 대법원 앞에서 이뤄진 같은 행사를 막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집회 엄정 대응' 지시가 내려진 뒤 경찰력을 투입했다.
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약 5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해당하는 불법파견 관련 판결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대법원 앞에서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노숙 농성을 해왔다.
기업의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촉구하기 위해 문화제를 진행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자본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학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 지회장은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한국지엠은 불법파견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를 해결하려 민사 하나 진행하는데 7년이 넘게 걸리고 대법원에서 3년이 넘어가고 있다. 아직 깜깜무소식"이라고 개탄했다.
김 지회장은 "정부가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르는 자본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권력으로 탄압하고 있다"며 "늘 평화로웠던 문화제를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말 한마디에 경찰이 강제해산했다"고 비판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장은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문자 한통으로 해고된 해고노동자"라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로 제기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3개 계류되어 있는데, 판결은 언제날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가장 오래된 사건은 대법원에만 5년째 계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차 지회장은 "정부가 불법파견을 10년, 20년씩 자행해서 수천억의 이윤을 챙기는 기업의 불법행위는 엄중처벌하지 않는다"며 "반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문화제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강제해산이 '불법적'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침해감시단으로 전날 농성에 함께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하은 활동가는 "2021년부터 이 자리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불법파견 하청 노동자들이 20번이나 노숙농성을 해왔고 그 때마다 서초서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며 "그 전과 어제, 우리에게 달라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은 활동가는 "야간문화제는 집회 신고의 의무가 없고 노숙농성 또한 마찬가지"라며 "미신고 집회라고 하여 무력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법 또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거 법을 말해달라는 인권침해감시단의 요구에도, 소속과 성명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에도 경찰은 아무런 대답 없이, 폭력적인 해산만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공동투쟁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참혹한 밤이었다"며 "평화롭게 문화제를 진행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찰 수백명이 둘러싸고, 폭력적으로 연행하여 인근 공원으로 이격했다"고 밝혔다.
공동투쟁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는 대통령 말 한 마디로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가폭력과 민주주의 유린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노동자 때려잡기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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