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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멀어지는 윤 정부, 정작 중·미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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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멀어지는 윤 정부, 정작 중·미는 가까워지고 있다

[현안진단] 기회와 이익을 키우는 나침반으로서의 한국 외교

미·중 간 치열해지는 외교공방전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기 정권 출범 이후 미·중 양 강대국의 외교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월 사우디아리비아와 이란 외교관계의 복원 중재에서 보듯 중국은 강대국 외교를 본격적으로 추동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변경하고자 한다. 5월 들어 유럽지역에서 중국은 대대적인 외교 공세를 펼쳤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은 6일 영국 국왕 대관식에 참석한 뒤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및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11일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친강 외교부장도 8~12일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를 순차 방문했다.

5월 15일부터는 유라시아 특별대표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5개국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외교를 시작했다. 5월 18~1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는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한편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동북아 외교무대를 장악했다. 지난 두 달여 시간 동안 한·미 정상회담과 2차례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5월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동까지 개최하였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은 G7 정상과 함께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코모로, 쿡 제도 등 8개국 정상도 함께 초청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함께 중국 견제라는 의도가 컸다. 하루 앞서 18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동맹 일체화를 가속화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발언처럼 미·일 관계는 이제 모든 분야에서 "중층적이고 강고한 협력관계"가 되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일정상 회담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짧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미국으로 초청한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공조, 경제 안보,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하여 한·미·일의 안보협력 기조는 계속 확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전의 양면, 미·중 관계 공존의 가능성

그럼에도 미·중 대결이 강경 일변도로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 시사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대립으로 3차 세계대전이 5~10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안보 경쟁 속에서도 경제 공존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가 신흥강국 중국에 적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데 중국이 불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미국은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중과 미국을 지지하는 세력은 경제 공존의 가능성을 여전히 모색하고 있다. 작년 미·중 양국 간 교역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정찰풍선 파문으로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된 지 두어 달 만인 5월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했다.

양측은 미·중 사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며 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양안 문제 등 핵심적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4월 27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이 아닌 효과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있어 다른 국가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는 '디리스킹(위험회피·de-risking)'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워싱턴 콘센서스'는 미국과 서방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4월 20일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 경제와 우리 경제를 디커플링하지 않을 것이며 양국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우리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U 주요 국가들도 탈동조화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지난 1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났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중 관계에 상호존중이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미·중 관계는 여전히 공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 중국이란 전략적 경쟁자이면서 글로벌 협력 파트너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오히려 한국 외교는 균형외교가 아니라 미·일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북아 안보지형의 불안정성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첨예한 대만문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양안 긴장은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세계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은 4월 23일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여 항의하였으며, 4월 21일 친강 외교부장이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 포럼'에서 대만문제에 대해 불장난하면 불타 죽을 것이란 강경 발언으로 대응했다. 한·중 수교 이후 이처럼 공개적으로 말 전쟁을 한 적은 없었다.

올해 들어 한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거부감과 강한 반중 행보는 눈에 띄게 현저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심지어 5월 2일 한 기자간담 오찬에서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함께하지 않는 이상 한·미가 '워싱턴 선언'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한·중 양국 간 틈새가 점점 벌어지면서 북·중·러와 한·미·일 사이에 대립적 진영화 추세가 선명해지고 있다. 한국의 한·미·일 올인으로 얻는 국익과 중국을 껴안아서 얻는 국익 중 윤 정부는 거리낌 없이 전자를 선택한 듯하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한국과의 갈등 확대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이 한국의 대중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양국 국민들의 상호 감정은 악화되었으며 한국의 미국 편향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때문에 한국을 미국으로 경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국 국익에 여전히 유리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앞으로 한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계속 경원시하거나 동북아 정세에 불안정 인자로 작용한다면 중국도 수세적 대응만을 하지는 않을 듯하다.

한국의 대중정책을 위한 몇 제언

윤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의 한·중 관계 원칙으로 상호존중을 강조한다. 대통령이 원하는 상호존중은 한·중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향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국이 생각하는 상호존중의 의미와 수준, 그리고 이를 이뤄내는 방법론은 서로 다른 듯하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겠지만, 윤 정부도 더 이상 양국관계의 악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윤 정부가 보수 정권임을 감안할 때 외교안보 측면에서 어느 정도 미·일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예상할 수 있고 또 이미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을 상대하여 굳이 동전의 뒷면을 보지 않겠다고 고집할 이유는 없다. 향후 4년 동안 양국 관계를 현상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 우리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첫째, 4월 27일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방향을 제시하는 전세계의 나침반이었으면 한다. 창이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름지기 중견교량국으로서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국제주의 입장에 서있어야 하며, 대중정책도 그 연장선 위에서 가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대중 경쟁력 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한·중 경제관계가 악화되는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대중 무역에서 적자를 보았는데 5월 10일 현재 전체 무역수지 적자 294억 달러 중 대중 무역적자가 111억 19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상황을 중국의 한국 압박으로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셋째, 역시 국민들의 반중정서에 묻어가거나 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난 4월 23일 발표된 '2030세대 사회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세대는 북한(88%)보다 중국(91%)을 더 싫어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국 정서를 방치하기보다는 국익 증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조정 관리하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넷째, 한·중 모두 서로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레드라인을 우리는 안다. 중국도 우리의 레드라인을 안다. 중국이 만약 우리의 국익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한계선을 넘어선다면 우리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중국을 자극하는 한계선을 의도적으로 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윤 정부도 과도하게 한쪽에 올인 했다가 최전방에서 고립무원이 될 가능성을 항상 배제해서는 안 된다.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입장을 손쉽게 바꾼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로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을 몰아세웠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자 즉각 관계 회복에 나섰다.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위험 분산의 지혜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외교는 반 박자 느리게 가야 한다. 그리고 가치와 실용의 조화와 유연성 확보에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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