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배출과 관련해 한국의 시찰단을 파견한다는데 합의했지만, 구체적 활동은 일본의 처리 상황을 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일본 정부가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9일 일본 <지지통신>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한 한국 시찰단의 후쿠시마 파견에 대해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장을 보고 (방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 한국 시찰단의 파견 목적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안전성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역시 이날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찰단에 대해 "(오염수) 해양 방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해 시찰단이 오염수 안정성의 검증 보다는 일본의 처리 방식에 대한 '관찰' 수준에 머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IAEA 검증을 수용해 (오염수 안전과 관련해) 성실하게 설명해왔다고 말했다"며 "양국 정상은 (오염수 처리의) 한국 내 이해를 심화시키는 차원에서 시찰단 파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 시찰단이 안전성 검증이 아닌, 오히려 일본 오염수 처리의 정당성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찰단이 현장에서 오염수 처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에 즉각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가 추후에 이를 반대할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7일 양국 정상의 합의 이후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찰단에 대해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도록 한다는 것인지,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국 조사단에게 전권을 주고 조사 내용을 수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둘러본다는 것으로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라며 "의미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시찰단이 오염수 배출에 대해 "전문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9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하여 IAEA 검증과는 별개로 우리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우리나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장시찰단을 독자적으로 파견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채널과 화상회의를 통해서 오염수 처분의 안정성 검토에 필요한 정보들을 일 측에 요청하여 제공받아서 분석해오고 있다"며 "이번에 우리 정부 관련 기관과 산하기관의 전문가들이 오염수 처분 시설, 관련 시설과 설비현장을 방문하여 직접 시찰하고 확인하면서 필요한 전문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 대변인은 "시찰단 파견을 받기로 한 것도 일본 측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며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 한일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여 우리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 관련 구체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안전성 검증은 아니라는 일본 당국자들의 발언에 구애 받을 필요는 없으며, 시찰단의 구체적 활동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활동을 통해 과학적·기술적 분석과 평가에 필요한 추가적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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