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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찰스3세, 성공회 집전 대관식에서 "신앙'들'의 수호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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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찰스3세, 성공회 집전 대관식에서 "신앙'들'의 수호자 되겠다"

'최장기간 왕세자' 꼬리표 떼고 즉위…해리는 참석, 마클은 불참

찰스3세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갖고 '그레이트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 및 14개 영연방국의 군주로 정식 즉위했다.

찰스 왕은 이날 오전 11시 영국 런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영국 국교회(성공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수여한 2.23킬로그램 무게의 왕관을 썼다.

찰스 왕은 즉위 선서에서 국왕으로서 정의와 자비를 실현할 것을 맹세하면서 "신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찰스 왕의 대관식은 영국 전통에 따라 여전히 성공회가 집전했지만, 새 국왕이 성서에 손을 얹고 한 즉위 선서에는 '모든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표현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16세기 헨리 8세 왕 이후 영국 국왕은 국교회인 성공회의 수장이었으며, 이들은 대대로 즉위식에서 "신앙의 수호자(defender of the faith)"가 될 것을 서약했다.

그러나 이번 찰스 왕의 즉위 선서에서는 이 유서깊은 표현에 알파벳 단 한 글자가 추가됐다. 찰스 왕은 "신앙'들'의 수호자(the defender of faith's')"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대관식에 참석해 찰스 3세에게 비종교적인 대관식 물품을 전달한 것도 1000년 가까운 전통을 보유한 대관식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어와 함께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가 울려 퍼졌으며, 여성 사제가 처음으로 성경을 낭독하고 흑인 여성 상원의원, 카리브해 출신 여성 남작이 대관식에서 역할을 맡았다는 부분에서는 이번 대관식을 통해 영국 왕실이 강조하고자 한 메시지가 바로 '다양성'임이 드러났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성경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밖의 많은 부분은 대부분 영국 왕실의 전통을 충실히 따랐다. 새 왕이 왕관을 쓰는순간 하객과 청중은 "신이여 국왕을 보우하소서"라고 함성을 질렀고, 새 왕 부부는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와 발코니에서 영국 국기를 흔드는 국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런던탑과 영국 해군 함정은 즉위 순간 21발의 예포(로열 살루트)를 발사했다.

커밀라 왕비는 다만 관을 새로 제작하는 관행을 깨고 찰스 왕의 증조할머니 메리 왕비(1910~1936 재위한 조지 5세 왕의 비)의 왕관을 손봐서 썼다.

이날 대관식은 1953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즉위식 이후 정확히 70년 만에 열렸다. 전 세계 203개국에서 축하 사절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박사가 참석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라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덕수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한편 왕실과 갈등을 빚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난 후 왕실 구성원 자격을 박탈당한 찰스 왕의 차남 해리 왕자는 이날 대관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해리의 처인 메건 마클 전 왕자비는 참석하지 않았다.

마클은 영국 왕자와 결혼한 여성들 중 최초로 흑인 혼혈 미국인에 헐리우드 배우 출신이었으며, 이같은 그의 정체성과 이력은 해리 부부와 영국 왕실 간 갈등의 소재가 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즉위식의 테마가 '다양성'이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이날 대관식 전후로 영국의 공화정 주장 단체 '리퍼블릭' 등은 웨스트민스터 인근에서 반대 시위를 조직했고, 이 단체 대표 그레이엄 스미스 씨를 비롯한 50여 명의 활동가가 트라팔가 광장 등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적힌 노란색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왕실에 쓰이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왕정 유지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런던 경찰은 이들이 체포된 이유에 대해 '소란 행위, 공공질서 위반, 치안 방해, 공공방해 모의' 등 혐의라고 설명했다.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메가폰을 가지고 있던 남성이 체포된 이유는 '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한 이유가 부당하고 집행이 강압적이었다며 "영국이 아니라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6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공화주의(군주제 반대) 단체 회원들이 찰스 국왕 대관식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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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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