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른바 '태영호 녹취록' 사태로 인해 공천·당무 개입 논란에 휩싸인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향해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텐데"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 수석이 안 의원에게 경고한 말을 그대로 되갚아준 것이다.
안 의원은 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거론하며 한일관계 관련 정부 옹호를 부탁했다는 녹취록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안 의원에게 일어난 일을 상기시킨다'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것(대통령 공천개입) 자체가 헌법 위반 아니겠나.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것 때문에 대법원 실형 판결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수석을 향해 "남한테 이야기할 게 아니고, 본인께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면 아무 일도 안 생길 텐데 참 우려스럽다"고 비꼬았다.
과거 이 수석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8일 안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아무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윤심 주자'로 떠오른 김기현 대표에 맞서 안 의원이 지난 대선의 후보 단일화, 제21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험 등을 근거로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를 주장하자 공개 경고에 나선 것이었다.
안 의원은 한편 잇단 설화로 당 윤리위 징계 심의를 앞두고 있는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특정 세력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께 심어줘서 굉장히 악영향을 끼쳤다",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에서 당에 공천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둘 다 결과적으로는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을 굉장히 암울하게 만들었다"며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지역구가) 경기도에 있다 보니 내년 총선이 정말 낙관적이지 않다"며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게 저를 포함한 여러 당협위원장들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지금이라도 보여야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금태섭 전 의원이 준비 중인 제3지대 신당과 관련해서도 "많은 분들이 '3당을 만들면 성공할 거냐 실패할 거냐' 이렇게만 보고 계시더라"라며 "그런데 저는 약간 관점을 달리해서 설령 3당이 실패해도 10표, 2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정말로 해야 될 일은 금 의원 정도의 개혁적인 사람들도 흔쾌히 들어올 수 있도록 정말로 개혁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중에서 금 의원을 포함한 3당 참여자들이 흔쾌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개혁하는 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1년 평가를 묻는 질문에 안 의원은 "지금 (국정 지지율이) 30% 전후"라며 "정책 전환의 방향은 맞았지만, 정책을 실행할 때 먼저 공감대를 얻고 우군을 확보하고 정책을 발표해야 힘을 받는다. 또 대통령실 혼자 다 하기 힘드니까, 지역구 의원들로 구성된 당이 민심을 제일 잘 아니까 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일을 진행해야 민심에 맞는 정책을 입안하고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 그런 쪽에서 좀 부족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좀 거칠고 비민주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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