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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개된 분신 노동자 유서 보니…"먹고살려 노조 가입, 억울하고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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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개된 분신 노동자 유서 보니…"먹고살려 노조 가입, 억울하고 창피해"

"정당한 노조활동 했는데 尹 '검사독재' 제물 됐다…노동자를 걸림돌로 생각"

지난 노동절 당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한 끝에 목숨을 잃은 건설노동자 양모 씨의 유서가 3일 일부 공개됐다.

고인은 분신 당시 가족, 노조, 정치권 앞으로 각각 1통씩 3통의 유서를 남겼고,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이 수신자인 유서와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수신자인 유서가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이날 각각 공개됐다.

양 씨는 정치권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나보다"라며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억울하고 창피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양 씨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의 제물이(…되었다)"라며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없이 구속되어야 한다"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 정책을 비판했다.

양 씨는 그러면서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돼야 하겠느냐"며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달라. 당 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유서에는 또 정부·검찰을 겨냥한 듯 "무고하게 구속되신 분들 제발 풀어달라.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 많지 않느냐. 그 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세워 달라"는 대목도 있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같은 내용의 유서를 이날 SNS를 통해 공개하며 "고인께서 유서 내용의 공개를 원하셨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고인과 유족의 이름 등은 빼고 고인이 남기신 유서의 일부를 올린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이날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제가 전달받은 그의 마지막 유지를 전한다"면서 같은 내용의 유서를 SNS에 공개했다. 건설노조도 "정당 앞 유서는 오늘 10시경 각 정당 관계자들이 강릉경찰서를 방문해 전달받고 내용을 확인했고, 이때 유가족이 동행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확인했다.

양 씨는 또 노조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는 "저는 자랑스런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라며 "동지들은 힘들고 가열찬 투쟁을 하시는데 저는 편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고인은 "꼭 승리해야만 한다"며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달라"고 노조에 당부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유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유가족은 노조에 고인이 남긴 유서가 추가로 나옴에 따라 4일 발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로 장례 절차를 노동조합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며 "이후 진행될 장례 절차와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노동조합이 최종적으로 논의를 마친 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의당·기본소득당이 이날 공개한 유서 내용 전문(全文).

저는 ○○○입니다.

하지만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 뿐인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에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야 하겠습니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

당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고하게 구속되신 분들 제발 풀어주세요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 많찮아요.

그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주세요.

저에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많은 국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 듭니다.

야당 대표님, 그리고 의원님들, 하루빨리 저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다음은 이날 건설노조가 공개한 유서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저는 자랑스런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입니다. 

동지 분들은 힘들고 가열찬 투쟁을 하시는데 저는 편한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항상 동지 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노동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모(50)씨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을 수신인으로 남겨둔 밀봉 유서를 10일 오전 강릉경찰서에서 열람한 각 당 관계자가 일부 내용을 밝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명희 정의당 강원도당위원장,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김석원 진보당 강원도당 사무처장, 서태성 기본소득당 용혜인의원실 비서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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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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