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당 안팎에서 탈당 압력을 받아온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결국 자진 탈당을 선언했다. 두 의원 모두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언급하며 당을 떠나 법적 투쟁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3일 오전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와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 의사를 밝혔다. 돈봉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지 약 3주 만이다.
윤 의원은 "그간 여러 가지 일로 당에 걱정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여러 가지 사실관계에 대해 할말은 많이 있지만 앞으로 조사나 사법적 과정에서 성실히 임해서 이 문제를 밝혀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부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기로 결단 내렸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문제에 대해선 추후에 다른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도 "국민 여러분과 지역구 또 우리 당에 이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동안 당과 (탈당 관련) 이야기가 계속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결국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결국은 검찰의 정치 공세도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선당후사의 정신을 가지고 윤관석 의원과 함께 탈당하고,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끝까지 같이 못해 미안함 많이 느껴"
두 의원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돈봉투를 조직적으로 살포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돈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 전 대표가 먼저 조기 귀국하며 탈당을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두 의원도 탈당해야 한다는 비판이 점증됐다.
특히 지난주 박광온 원내대표가 취임하며 그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탈당·출당 조치도 논의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어떤 논의도 쇄신 의총에서는 배제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두 의원은 사건 초기 입장문을 통해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동안 보도된 의혹들과 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설득 등 여러 경로로 압력을 받은 두 사람은 결국 이날 탈당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두 의원을 면담한 후 '아쉽고 안타깝고, 끝까지 같이하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을 많이 느낀다. 결단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의원을 직접 설득한 것이냐'는 질문에 "본인들이 결단하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우리 태영호 의원의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공천 관련)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여진다"면서 말을 돌렸다.
권 수석대변인도 "이진복 수석, 태영호 의원 문제와 관련해 당무에 개입한 의혹이 매우 크고 대통령실의 정치 중립 위반"이라면서 "아주 명백한 중대 범죄라는 내용이 있었고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비공개 최고위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법 공천 개입으로 2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그 당시 수사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었다"면서 "지금 여권에서는 '태영호 개인의 과장된 이야기다. 거짓말이다'라며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운영위원회를 통해서도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온 "오늘부터 몇 차례 나눠 밀도 있게 쇄신 의총"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돈봉투 의혹 관련 첫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오늘부터 몇 차례 나눠서 밀도 있게 쇄신 의총을 열 계획"이라며 "전 과정이 민주당의 집단 지성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은 쇄신 의총에 대한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탄한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웹조사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의원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바람을 빅데이터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두 번째 의총에선 이를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기초로 선정된 주제들에 대해 의원들의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우리 당의 다양한 단위에서 준비한 쇄신 방안을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의원이 의견을 밝히는 전원 토론을 실시하고 끝난 뒤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원내대표는 "마지막 의총은 최종 쇄신 보고서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의원 대상의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유 토론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전략 단위에서 마련한 충실한 쇄신 방안과 긴밀하게 교감할 수 있도록 사전에 협의할 것"이라며 "당의 근본적인 쇄신부터 정치 쇄신까지 폭 넓게 논의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탈당으로 사건 끝났다 생각 안 해"...1박2일 '끝장 토론'서 쇄신방안 낼 듯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약 3시간에 걸쳐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횟수로 총 25번의 자유발언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두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제가 우리당의 모든 의원님들을 대신해서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하며 "오늘 두 의원(윤관석, 이성만)의 탈당으로 이번 사건이 끝났다거나 어려움을 넘겼다거나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늘 탈당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선거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아울러서 국민들께서 우리 당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최선을 다해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쇄신하고 변하겠다는 각오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도 이날 의총 분위기에 대해 "우리 당이 더 절박하고 중대하게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뤘다"면서 "이 사안을 가벼이 보거나 두 분의 탈당으로 이 사안 대응이 종료되는 것으로 절대 생각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사건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서 더 관여된 분들이 발견될 수 있는데 그 때도 엄정한 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분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랑 비교한 의견도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비교한 의견이라기보단 이번 돈봉투 의혹 사건을 포함해서 지금 우리 당 관계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 사건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한 사건들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판단, 처리돼야 하고 시스템에 의해 대응이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한 주장과 언급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향후 의원총회 방식과 관련해 "여러 번 나눠서 토론하는 것보다 의원 전원이 1박 2일 정도 긴 토론 시간을 가지고 그 기회에 결론까지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마 1박2일 워크숍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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