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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대조? 문재인 "남북미 대화 복원하고 中·러와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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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대조? 문재인 "남북미 대화 복원하고 中·러와 협력해야"

'워싱턴 선언' 발표 당일 학술대회 축사에서 "4.27 판문점 선언, 평화의 이정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당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간 대화 복원과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문 전 대통령은 27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 서면 축사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누구보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대화 복원과 긴장 해소, 평화의 길로 하루속히 나서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5주년을 맞아 열린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새벽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 결과 발표가 있었던 직후 열린 셈이 돼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나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 문제를 위해 해당국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지점도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올해가 정전협정 70주년임을 언급하면서 "아직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립이 격화되는 불안정한 국제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하듯 서로를 자극하고 적대시하며 불신과 반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평화가 깨어지고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게 돼 국민의 생명·안전도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상황 악화를 막으며 대화를 통해 평화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판문점 선언에 대해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고 자평하며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가 일시적으로 지워지고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미래로 다시 이어지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 이상 전진되지 못하고 남과 북의 소중한 약속이 온전히 이행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이 이룬 토대 위에 판문점 선언의 성과가 있었듯,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선언의 토대 위에 더 큰 성과를 일구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사단법인 '한반도평화포럼'과, 문재인 정부 고위직들이 대거 몸담은 싱크탱크 '사의재', 경기도가 공동 주최했다. 문 전 대통령의 서면 축사는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대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평산책방'을 현판식을 갖고 책방지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공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특별상영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와의 최근 인터뷰에서는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SNS에 올린 사진.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평산책방' 현판식을 갖고 책방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다음은 이날 도종환 의원이 대독한 문 전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全文).

남북관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열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준비해 주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뜻을 같이하며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환영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판문점 선언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이 만들어낸 평화의 봄이었습니다. 저절로 이루어진 것도, 우연히 찾아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며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주도적으로 일궈낸 결실입니다.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비상한 국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대화와 평화의 의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평창올림픽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어냈습니다. 헌신의 노력이 하나하나 모여 전례 없이 고조된 대결 국면에서 대화와 평화 국면으로 극적인 대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남북의 두 정상은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고, 도보다리에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만방에 알렸습니다. 위기의 한반도는 기회의 한반도로 바뀌었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정이 본격화됐습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9.19 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됐고,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하는 견인차가 됐습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 이상 전진되지 못하고 남과 북의 소중한 약속이 온전히 이행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입니다.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가 일시적으로 지워지고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미래로 다시 이어지고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이 이룬 토대 위에 4.27 판문점 선언의 성과가 있었듯이,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선언의 토대 위에 더 큰 성과를 일구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직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대립이 격화되는 불안정한 국제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하듯 서로를 자극하고 적대시하며 불신과 반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평화가 깨어지고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게 돼 국민의 생명도 안전도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상황의 악화를 막으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를 찾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대화 복원과 긴장 해소, 평화의 길로 하루속히 나서길 바랍니다.

부디 오늘 기념 학술회의가 다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길찾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해법과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모색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4.27.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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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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