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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환장 외교', 다 계획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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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환장 외교',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정희준의 어퍼컷] 국익과 반대로 가는 윤석열 외교, 도대체 왜?

'바이든 날리면' 논란으로 시작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재난'은 해가 바뀌어도 일관되게 좌충우돌 하며 '국익'의 반대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일거에 '적대적'으로 만들어버렸고 '자해외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나 언론이 어리둥절해하고 있고, 국내 친미 보수주의자들조차 어안이 벙벙해하고 있다.

이번 '방미의 초점은 우크라이나와 중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과 양안 분쟁시 참전은 결국 공식화되는 것인가? 이게 국익에 득이 되는가? 경제와 무역은 어찌할 것인가.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우리 교민과 주재원의 안전은?

외국만 나가면 지지율이 급락해왔는데 이번에도 지지율 급락 정도는 '개는 짖는 법'이라며 넘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짧게는 '왜?' 길게는 '도대체 왜?'

김태효의 독주

"서머라이즈(요약)를 엄청 잘 해. 윤석열 귀에 쏙쏙 들어가게 설명할 거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대해 한 정치학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인 김성한 전 안보실장은 외교와 안보에 무지한 대통령을 가르치려 들어 윤 대통령이 짜증을 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반면 김태효는 깍듯하게 대하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정리해주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결국 상관인 김 실장은 경질되고 그 부하였던 김태효가 실권을 장악했다.

그나마 신중론자였던 김성한이 쫓겨났다는 사실은 우리의 외교·안보분야에서 '강성 안보주의자' 김태효의 독주에 제동을 걸 장치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안보주의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국제정치학에서 안보 전공자들은 안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안보결정론자들이다. 이들은 그래서 안보를 위해서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를 장착하고 있다.

이런 부류의 학자들의 판단 기준은 오직 '힘의 논리'다. 그래서 국가의 '특성'보다는 국가의 '사이즈'가 더 중요하고 그 때문에 이들은 '동맹제일주의'를 표방한다. 이들에겐 당연히 미국, 일본과의 동맹이 최고다.

특히 이들에게 국민정서나 감정, 자존심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 국민이 경악하는 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해 그는 "그런 측면에서 전혀 놀랄 이야기가 아니야"라고 정리한다. 김 차장이 과거 논문에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개입'을 버젓이 쓴 것 역시 전혀 놀라울 게 없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주목할 인물이 있다. 바로 김 차장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스승이었던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이다. 김 차장이 이명박 청와대에서 재직할 당시 그는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등을 지낸 인물로 보수정권에서 국정원장, 부총리 등 하마평이 올랐던 인물이다. 지금은 김 차장이 신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을 지낼 정도로 두 사람은 오래고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이 이사장의 <더스쿠프> 인터뷰 내용이 이목을 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직전이나 대한제국이 망했을 때와 같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미국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매우 노골적이고 단순하다. "미국 쪽에 줄을 서라. 중국이 이만큼이나마 우리를 대접하는 건 우리가 미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고 "미국이라는 줄이 끊어지면 바로 밟으려 들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전시작전통제권도 우리가 받으면 안 된다"면서 심지어 "전쟁이 나면 우리가 이길 수 없다. 전쟁을 지휘할 만한 사람도 없다"고까지 단언한다. 사실 '고집'을 넘어선 '억지'에 가까워 보이긴 한다. 그럼에도 그 '억지'가 미국과의 동맹을 '생과 사'의 문제로 보고 미국에 '구걸외교'를 불사하는 저들의 논리적 기반임을 알게 해준다.

2017년 인터뷰에서 그나마 부분적으로라도 현실적 인식이 작용하는 듯했던 이 이사장은 윤석열 집권 후 노골적으로 이념화된다. 2022년 9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끌고 나가는 리더쉽"인데 "군사력보다 더 중요한 게 이념"이고 바로 "이념이 동맹의 기준"이라는 주장을 편다. 단적으로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과 '동맹'이고 당연히 미국과의 동맹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오직 한미동맹! 이를 위해 한일동맹!

여기서 그는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대한민국 외교재난'의 심장을 꿰뚫는 주장을 한다. "한국도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말이 이어진다. "'우리는 미국 편'이라고 선을 딱 긋고" 가야 한다면서, "중국 눈치 보고 양다리 걸치기는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미래... 과거에만 매어서 어떻게 하겠냐"면서 다시 한 번 놀라운 말을 한다. "보상할 것이 있으면 민간 차원에서 하고, 나머지는 국가 간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치에 대한 언급도 주저하지 않는다. "중도 확산이라는 말을 자꾸 하는데 잘못된 얘기"라며 "타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주장한다. "과감하게 잡아넣을 사람 잡아넣고, 수사할 사람 수사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좌파를 포위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라는 것이다. 지지율 올리려면 더 세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뜻 아닌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의 발언과 현 대통령실 정책 결정 간 싱크로율이 90%는 넘어서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대혼란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 많은 이들이 가졌던 "도대체 왜?" 또는 "이게 뭐지?"라는 질문이 거의 해소된다. 동시에 아수라장 같아 보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환장 국정'도 사실은 상당한 수준의 단단한 기초 위에 서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 논리적, 합리적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 대한민국 국정과 외교·안보는 이념형 학자들의 신념을 구현하는 실험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오직 한미동맹만을 바라보며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일동맹을 확고히 하려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 대한민국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듯하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실험결과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안전, 지정학적 안정, 한반도 평화, 국가경제, 해외진출 기업, 교민의 신변, 강대국의 보복 등 수많은 변수들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나 양안 문제 개입 그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정말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한미동맹으로 얻으려는 게 무엇일까? 혹시 핵인가? 국내 여론 조성도 대충 끝난 듯하다. 전문가들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혹시 아는가. 될 때까지 퍼줄지.

이념으로 가득 찬 학자들이 나라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과학자들이 빌런으로 등장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는 영화를 많이 본다. 결론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맞서 싸워 빌런을 응징하고 세상은 평화를 되찾는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월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환영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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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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