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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선택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 논란

국립공원은 전체 국토 면적 10만431.849㎢(국토교통부 지적통계 2021 기준)의 4% 남짓인 3972.589㎢(국립공원 기본통계 2022 기준, 해상포함 전체 면적은 6726.298㎢)가 지정되어 있다. 최근 환경부는 국립공원 역사상 최악의 결정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이하 오색케이블카) 사업 조건부 협의 결정으로 국토를 개발 광풍에 휩싸이게 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한 환경부

설악산국립공원은 전체 육상국립공원 중에서도 5%(398.237㎢) 남짓이다. 하지만 공원구역 등을 기준으로 천연보호구역('문화재보호법'),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산림보호법'), 백두대간보호지역('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계획(MAB)국제조정이사회, 지원법령 '자연환경보전법',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각기 다른 보호지역 법과 제도로 중첩 지정되어 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은 2005년 설악산국립공원 등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II인 국립공원(National Park)으로 상향 조정하여 이용보다는 보전 중심으로 관리하기로 협의한 제도의 인증을 받았다. 2014년 IUCN 녹색목록(Green list) 제도 신설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등과 함께 등재되었다.

IUCN 카테고리 등의 제도는 자연 지형의 대표적인 사례와 유전자원, 자연의 형성 과정 등을 가능한 한 영구하게 보전·관리하기 위함이며, 넓은 서식-활동지를 갖는 종의 서식과 이동 경로 보전에 기여하도록 마련된 제도로,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인증받는다.

이를 통해 설악산국립공원은 국내 관련법과 제도, 그리고 국외에서 인증하는 제도에 등재된 한반도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계이며, 더욱 엄정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국립공원을 지정·관리하는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협의(허가)했다.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구간에 '설악산을 그대로'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띄웠다. ⓒ함께사는길

5개 국가 전문기관 '오색케이블카 부적격'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이나 사업을 수립할 때 영향을 미리 평가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보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을 전제하고 영향 저감방안이 잘 마련되었는지 확인하는 제도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지적하면 끝도 없고, 현재 제출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2차) 작성 내용의 문제를 짚고 싶지만, 지금까지 비공개처리 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실 등을 통해 공개된 한국환경연구원(이하 KEI),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이 재보완서를 평가한 보고서와 원주지방환경청(이하 환경청)의 사업 허가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재보완서 내용을 추측해볼 수 있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과 같이 5개 전문기관 모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부적절', '부적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KEI는 국립공원과 같은 공간에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며 △산양 서식에 미치는 영향 △법정보호 희귀식물 이식 및 보전방안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 훼손 등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영향저감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KEI,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은 '상부 정류장 면적이 확대'되었다고 작성하여 과거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사업계획과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22년 6월 사업자와 원주지방환경청 간 작성한 '확약서'에 작성된 내용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 27일 환경청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변경 사항은 △산양 등 법정보호종 무인센서 카메라 및 현장 조사를 병행한 서식 현황자료 추가 제시 △상부 정류장 위치 하향 조정 △공사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저감을 위해 가설삭도 활용 △시설 안전을 위해 풍속 예측모델링 실시, 예측풍속보다 높은 설계기준 적용 등이라고 밝혔다. 환경청이 협의한 내용은 이와 크게 다름이 없고, 문장마다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협의하도록 한다", "착공 이전에 조사한다" 등이 덧붙여 있음을 볼 수 있다.

환경청이 상부 정류장 위치에 대한 변경 사실을 간단하게 정리하였지만, 전문기관들은 상부 정류장 위치가 변경되고, 면적이 확대되어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가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산림의 훼손이 증가하였으나, 이에 따른 법정보호종 저감방안이 미흡하다며 전문기관 모두가 입을 모아 설치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국립기상과학원은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인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전문기관 검토의견과 환경청의 보도자료를 확인하면 주요한 내용들이 서로 호응하지않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환경청은 철저한 사후관리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후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등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다. 환경청은 양양군과 어떤 신뢰 관계가 있기에 국가 전문기관 5개소의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국립공원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협의해주었는지 의문만 늘어날 뿐이다.

▲ 은신처에서 쉬고 있는 산양. ⓒ함께사는길

환경부가 쏘아 올린 국립공원 개발 신호탄

사회적으로도, 특히 법이나 행정적으로 '선례'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해줌에 따라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선례로 남아, 개발을 막아냈던 다른 지역에 편법으로 악용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스스로 개발의 빗장을 열어버린 것이다. 

이미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발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소백산국립공원, 무등산국립공원 등이 케이블카 설치 의사와 계획을 발표했다. 설악산국립공원보다 중첩 보호가 적은 곳에서는 이미 '설악산도 개발하는데 왜 우리는 안돼?'라는 논리를 펴기 시작하고 있다.

2019년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동의했지만 2023년 조건부 협의 사이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이 있다. 행정심판의 판결은 불복, 항소할 수 없다. 양양군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후 사실상 백지화되었던 사업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환경청 발표 이후 구례군수는 "이번에도 환경부가 케이블카 신청서를 반려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본래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에서 더욱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기존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와 결정을 행정심판 등을 통해 뒤엎는 사례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조건부 협의 발표 전 기자간담회 및 국회 상임위 등에서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바탕으로 협의 방향을 결정하겠다"라고 발언했으나, 전문기관의 의견을 전부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했다. 이런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의 선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립공원 내 삭도 설치를 위해 국립공원 가이드라인을 수정하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전 설치를 지시하였다. 이후 적폐청산을 위해 운영된 환경정책개선위원회에서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위해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으로 비밀TF를 설치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색케이블카 등 개발사업을 백지화하지 못하고, 임기 마지막에 가덕도 신공항을 허가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설악산케이블카 무조건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월 10일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며 대놓고 환경부에게 설악산오색케이블카 허가를 지시했다. 이와 같이 오색케이블카는 정권마다 정치적 개입으로 설악산국립공원의 보전을 흔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누군가는 당장 내일이라도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될 것처럼 말하고, 정말 설치되는지 물어온다. 40년간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갈등을 환경영향평가 검토 단계에서 첨예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면 그 이후에는 바로 착공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중앙지방재정투자심사, 백두대간, 산지전용허가 등의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립공원공단이 기존 국립공원위원회와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원사업시행허가까지 마쳐야만, 그제야 공사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원샷'으로 이 단계들을 넘겠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 등 기존의 허가와 승인 제도를 편법으로 추진해온 방식 그대로 남은 절차까지 꾀로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존 사업계획과 달리 상부 정류장 위치 등의 변경 내용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또다시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국립공원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보호구역과 자연생태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지난 40년과 같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대로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은 이 사실뿐이다. 마침 내년은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국회의원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아직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 무등산 국립공원 행사장을 찾은 한화진 장관이 설악산케이블카 조건부 승인에 항의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을 피해 수십 명의 경호원과 뒷길로 몰래 입장하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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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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