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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을 위한 변명, 김재원 최고위원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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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재원을 위한 변명, 김재원 최고위원은 죄가 없다

[박세열 칼럼] 당심 100%가 만든 나비효과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죄가 없다. 김 최고위원은 드러난 '현상'에 불과하다. 김 최고위원이 건넨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타고 올라가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도달할 수 있다.

김기현 대표는 "전광훈 목사는 다른 정당을 창당해 그 정당을 실제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람이 우리 당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냐"라고 항변했다. 전광훈 목사는 자유통일당 당수다. 김기현 대표는 국민의힘 당수다. 이건 거꾸로 물어봐야 한다. 왜 "다른 정당"인 자유통일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게 됐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왜 자유통일당 대표의 관심을 끌었을까. 정당법상 이중당적은 허용되지 않는데, 왜 자유통일당은 자당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전 목사 본인의 지지자들을 왜 국민의힘에 당원가입 시켰을까. 그 매력은 무엇일까. 그 유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22년 12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당심 100%룰'을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전광훈 목사의 입장에서 보자. 자신의 지지자를 대거 국민의힘으로 보내면 그 당을 장악하는 게 훨씬 쉬울 거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당심 100%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새로 가입한 당원들에게 잘 보여야 되지 않을까?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연히 이 지점을 공략했을 것이다. 김기현 대표도 여기에선 자유롭진 않을 것이란 추측도 어렵지 않다. 전광훈 목사 지지자들이 천하람 후보나 안철수 후보에게 몰려갔을까?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걸 반대하고, '표 안 주는 전라도'는 배제하는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전광훈 대표가 당에 저런 안하무인격 막말을 쏟아내는 근거는 대략 있을 것이다. 자유통일당도 본인의 정당이지만, 국민의힘도 본인의 정당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김기현 대표가 "전광훈 목사는 다른 정당을 창당해 그 정당을 실제 대표"한다고 기계적으로 역설하는 건 설득력을 잃는다.

역선택? 그렇다면 한나라당 시절부터 18년 동안 역선택을 방치해왔다는 것인가. 역선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역선택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당심 70%, 민심 30%룰'을 운영해왔다.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역선택이 나쁜 것도 아니다. 역선택은 당을 건강하게 만드는 재료다. 코로나19백신과 같다. 역선택이 실제 존재하더라도 일부 역선택을 수용하고, 일부 역선택을 몰아내는 자정 작용이 작동한다. 그 비율을 맞춘 게 '70대 30룰'이란 걸 경험적으로 알고 운영해 왔던 것이다. 일부 역선택을 수용함으로써 당은 민심에 '영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리하여 '대중 정당'으로 가는 체질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당심 100%룰'은 역선택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점을 노정했다. 백신도 없이 자강력을 키우겠다고 하다간 바이러스에 대한 취약성만 늘릴 뿐이다. 그게 지금 김기현 체제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통 선거 전략이라 함은, 대선을 앞뒀을 땐 평시에 지지층을 바짝 끌어 모은 후, 전시(선거를 앞둔 약 3개월)에 중도층을 공략한다. 총선을 앞뒀을 땐 반대다. 평시에 중도층을 공략한 후, 전시가 되면 지지층을 바짝 끌어 모은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엔 지지층이 불만이 있더라도 '중도 확장' 전략을 잡는 게 보통이다. 대선보다 투표율이 낮은 총선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다. 극우 잡느라 중도를 날리고 있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어차피 표를 줄 '적극 투표층'에 구애하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진다. 중도층의 피로감은 쌓인다.

전광훈 목사는 "표 될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말을 곱씹고 있을지 모른다. '전라도 표' 받으려 '5.18정신 헌법 수록'을 말한 것 아니냐고 김 최고위원과 웃으며 주고받은 문답의 이면엔, '전광훈 표' 받으려 그를 이용한 '표리부동' 정치인들도 있다. 전광훈 목사는 배신감이 들었으리라. 표 될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우화가 자신에게 적용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애초에 당심 100% 룰을 통해 '윤심 대표'를 선출케 하겠다며, 안철수 의원을 '적'으로 규정하고,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힌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무리한 목표를 잡다 보니 무리수가 나온다. 그렇게 김기현 대표의 '적'을 내치고 받은 성적표가 당심 100% 중에 52.93%다. 그런데 '결선 투표 없는 과반 득표'라 자축한다. 여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윤 대통령은 이어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지율 1%'를 각오한 채 아낌없이 일본에 '통큰 제안'을 던졌다. 그리고 이제 겨우 탄생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정비도 제대로 하기 전에 정치적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 안았다. 그 결과가 지지율 하락이다.

이를테면 당심 100% '윤심 대표'와 '지지율 1%도 각오하겠다'는 그 마음가짐은 서로 맥이 통한다.

하지만 거꾸로다. 지지율 1%를 각오하고 '고뇌의 결단'을 내릴 게 아니고, '고뇌의 결단'을 할 때 지지율 60%는 돼야 뭔가 일이 돌아간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이걸 거꾸로 알고 있는 윤 대통령의 경우 아무리 '당심 52.93% 당대표'와 함께 '고뇌의 결단'을 해봐야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데, 지지율이 없으면 공무원도 말을 듣지 않는다. 하물며 일본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말을 듣겠는가.

대통령실 도청 의혹 사태에서 지금 대통령실이 보여주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지지율 하락의 쓴 맛을 본 대통령실은 4월 한미정상회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유가 없으니 "미국이 악의를 갖고 한 정황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 모든 것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예단할 수 없지만, 도청 의혹 사태에서 한국이 "자존심도 없느냐"는 말을 들어가며 '물컵 반'을 채우며 들어갔는데 미국이 나머지 물을 제대로 채워주지 않는다면 또다시 후과를 감당해야 한다. 몇몇 기준점들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관련해 박진 의원은 "미국이 현지에서 조립·생산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받도록 하는데, 현지에 (공장 설립 등) 투자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그 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받게 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법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보조금 문제, 삼성 등 한국 업체들의 기밀 공유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와야만 한다. '한미 동맹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말의 성찬만 가지고 오면 '외교리스크'는 또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지율 30% 대통령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외교 전략. 요컨대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 모든 건 100% 당심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다. 그리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증상'이다. 김 최고위원 징계같은 '대증 요법'으로는 근원적 치료가 어렵다. 방법은 딱 하나다. 김기현 대표가 변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지금 발생하는 모든 현상은 이 단순한 해법 앞에서 딱 멈춘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과 3공장 생산라인을 시찰하며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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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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