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이후 열린 첫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는 양곡관리법 재표결, 간호법·의료법 등 직회부 법안 처리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인 끝에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 양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1시간 넘게 4월 임시국회 운영에 관해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윤 원내대표 취임 후 김 의장과 함께한 첫 번째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특히 양곡관리법 재표결과 직회부 법안 처리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의견 차를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모두발언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셨는데 매우 유감이고 아쉽다"면서 "일단 국회법과 헌법 정신에 따라서 재의 표결이 불가피하다. 내일 (본회의에서) 그런 입장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의료법 등 이미 본회의에 상정된 직회부 법안에 대해 "여야의 약속대로, 예고대로 법안은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해서 올라갔기 때문에 절차를 지켜서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를 향해 "정부와의 사전 중재, 조정 등 설득하는 역할은 대부분 여당 몫이다. 여당이 대통령과 관계에서 잘 풀어줘야 한다"며 조언했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계속 (본회의) 직회부가 계속 늘어나고 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이런 모습들이 힘든 국민들에게 얼마나 불편을 줄지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야당의 법안 직회부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쟁점 법안 처리를 국회가 조금 성숙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당으로서 어떤 자세를 갖고 임해야 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우리가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여야가 결국 공명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두 사람에게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을 보면 '좀 더 협의하면 합의할 수 있을 터'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의 70~80%가 그만하면 됐다고 할 정도로 합의안을 만들 수 있게 더 많이 소통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본회의 안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표결이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직회부된 안건 처리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나눴지만 여야 간 아직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좀 더 논의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4월 임시국회 내에 50억 클럽 특검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법안을 다루는 1소위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이 단 한 번도 협조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50억 클럽 특검법을 정말 처리할 의지를 가지고 법사위로 올렸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위 자체에서 (특검법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회 본회의로 가지고 와야 하고,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이라고 하는 절차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을 통해서라도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으로 가게 되면 이에 대한 숙려기간이 필요하다. 8개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4월 임시회를 벗어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법사위 심사 절차를 요구해온 정의당도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며 국민의힘 속내를 확인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하는 '김건희 특검법'까지 포함해서 정의당도 이제는 양 특검법의 본회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결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결단을 늦춘다면 최장 8개월이 소요되는 신속처리안건 절차를 고려할 때 특검 실시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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