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연일 화두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보육계의 요구를 유아교육계에서 수용하는 모양새를 띄어 유보통합을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보이는데, 현재까지의 진행상황과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아직까지 모호하며 관계자들마다 주고받는 내용이 다르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에서 유보통합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유보통합 실현이 코앞으로 다가왔기에 여러 관점에서 구체적인 통합 방안이 나오고 거기에 따른 토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유보통합의 현재와 쟁점을 짚고, 유보통합의 방향과 방안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오랜 숙제인 유보통합이 가능해진 건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저출산으로 인해 유보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실행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생아수는 2001년 55만 7천명이고 그 해를 마지막으로 40만명 정도를 유지하다 2022년 합계 출생아수가 24만 9천명으로 전년대비 1만1천5백명이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매년 전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을 갱신하고 있다. 어벤저스의 메인 빌런 타노스가 핑거스냅으로 인구를 절반 없애버린 일이 대한민국에서 20여 년 만에 나타났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블록버스터에서나 볼 법한 일이 우리나라에 닥친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위기상황이 유보통합을 촉발시켰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해묵은 과제인 유보통합이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유보통합을 행정적으로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교육지원청의 장학인력과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교부금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1인당 배정받을 교부금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교부금이라는 재정적 여유가 유보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유보통합이 실현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 가운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에서 오는 유보통합의 쟁점을 일곱가지로 짚어보고 각각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살펴보고 추진해야 할 방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 쟁점은 교사자격과 교사양성체계 개편이다. 그동안 유보통합은 교사자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 교육부에서 관리하는 유치원교사자격증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발급하는 보육교사자격증은 그 격차가 매우 크다. 자격 이수를 위한 시간도 차이가 나며, 유치원교사자격증 취득은 11개 교직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보육교사자격증 취득은 교직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차이도 있다.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를 통합하려면 방법은 명확하다. 유치원교사의 자격기준에 맞추면 된다. 교육부에서 관리감독하는 타 사범계열처럼 연령별로 표시과목을 적어서 운영하여야 한다. 7주기 사범계열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유치원교사자격을 주려면 당연히 사범계열 평가를 받고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는 교사자격을 강화하고자 예비교사들의 교육실습기간을 4주에서 15주이상으로 늘리려는 실습학기제를 올해 시범도입했고, 2028년부터 전면도입하고자 한다. 교육부의 교사양성체제 강화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실습학년제 운영을 골자로 하는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전문대학원에서 교사 양성이 된다면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의 양성체계 격차는 더욱 확연하게 벌어질 것이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육 관련 학과도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사범계열 평가를 받고 유치원교사자격양성에 필요한만큼 전공 및 교직과목을 추가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실습학기제를 포함하여 전공 및 교직과목을 운영하려면 예비교사의 교양과목 이수를 최소화하더라도 적어도 3년(6학기)의 기간을 요한다. 또한, 학과명에 표시과목을 적어야 한다. 유아교육과는 연령별 교육과이기 때문에 중등과 달리 초등교육과처럼 연령별 구분을 하고 있는데 보육과 역시 이를 맞춰야 할 것이다. 교직에 필요한 이수시간이 절대적으로 2배 가량 차이가 나는데 현장에서 보육교사가 유치원교사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보육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보육교사에게 유치원교사 자격을 제공하자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만약, 보육교사가 유치원교사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기준으로 겹치는 과목은 인정하고, 그 외의 과목을 재이수한 사람에 한하여 광역시도의 유아교육진흥원이나 보육진흥원의 보육교사교육원을 활용한 연수를 통하여 한시적으로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가야한다.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기본적으로 유아교육과를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교사양성체계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교육부의 교원양성체계의 방향성을 따라가야 한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교육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의 계열성과 학교체제의 연속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울러서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실습학기제를 시범실시하고 교육전문대학원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의 자격기준을 낮춘다면 교육부가 나서서 유아교육의 전문성과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교사양성체계는 유아-초등-중등이 같은 계열성을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이 보기에도 교직과 전공을 충분히 이수한 교사가 더욱 전문성이 있다고 바라볼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통합 유아교육기관의 명칭이다. 현재 유아교육계는 유아학교를 보육계는 국민공모제를 통한 영유아교육센터(가칭) 혹은 영유아돌봄센터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로 통합하는데 학교체제로 명칭변경을 하여 가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다. 유치원은 이미 학교체제에 들어와 있지만, 이를 다시 퇴화시켜 센터체제로 가게 된다면 학교체제에서 받을 수 있는 많은 지원들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실상 유보통합의 재원이 교부금이며, 재원 조달을 광역시도 교육청의 장학인력들이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유보통합을 통해 영유아학교 체제가 아닌 다른 형태로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누리과정 운영 지원비 이외에 다른 재정조달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상 학교체제로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재정 및 행정 지원에서 뒷걸음질을 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금의 규모가 매우 부족해질 것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2022년 교육부는 한국교총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변경해나가는 것을 위해 노력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교육부가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취지에 맞춘 교육 체제를 정비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유보통합이 수면 위로 오른 상황에서 유아학교를 포기하게 된다면 그동안 유아교육이 공교육체제안에서 발전해온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세 번째 쟁점은 행정 체계 개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보통합의 핵심인력은 광역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장학사를 중심으로 한 장학인력이다. 보육계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것은 공무원이며 보육전문공무원은 없기 때문에 유아교육계의 장학사가 핵심인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유아교육은 공교육이 전개되어 있지만, 보육은 그렇지 않다. 광역시도 교육청의 유아교육과, 유아특수교육과, 초등교육과 내 유아교육 담당, 유아교육원, 유아교육진흥원을 중심으로 현장 장학인력이 현장 지원을 하고 있다. 유보통합이 구현되려면 이들 광역시도 교육청의 유아특수교육과, 초등교육과 내 유아교육 담당을 모두 유아교육과로 확대배치되어야 하고, 광역시도 유아교육원을 중심으로 교원연수 및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육계에서 운영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위탁체에 운영을 맡기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유아교육계에 장학사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국립유아교육원이 필요하다. 조금 다른 형태지만, 특수교육은 국립특수교육원이 설치되어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유아교육 또한 국립유아교육원을 설립하여 광역시도 교육청에 있는 유아교육진흥원들과 함께 유보통합 이후 행정지원을 구현해나가야 한다. 교육부 내에서도 유보통합추진위원회와 유보통합추진단의 구성 이후 유아교육정책과가 위축되어 있는데, 유보통합 이후 유아교육정책국으로 확대개편되어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공교육 체제에서 유보통합이 작동해야 제대로 된 행정 지원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네 번째 쟁점은 장학과 컨설팅의 차이이다. 유치원은 장학의 개념이고, 어린이집은 컨설팅 개념이다. 장학은 장학인력을 중심으로 현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있지만, 어린이집은 컨설팅을 통해 평가 및 관리감독하는 차이가 있다. 장학은 장학사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반면, 컨설팅은 사업의 개념이 커서 매 컨설팅마다 인력이 달라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유보통합이 된다면 유아교육의 장학 개념을 중심으로 일부 컨설팅 개념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 교원들에게 물어보면 현장 교원들의 방법을 개선시켜주는 장학에 대한 요구가 많다. 중요한 것은 유치원 쪽의 개념은 유치원만의 개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전체 교육계에서 갖고 있는 개념이다.
다섯 번째 쟁점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의 차이다. 유치원은 국공립과 사립 모두 직접고용의 형태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원장 공모제가 활성되어 있어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이 위탁의 형태를 갖고 있다. 법인(등)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협동어린이집은 직접 고용의 형태를 갖고 있다. 국가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국공립유치원 밖에 없다. 이를 모두 한데 묶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국공립유치원은 학교체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교육공무원의 위치에 있다. 사립유치원은 사립교원이며,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보육교직원이다. 이 차이를 인정하면서 통합을 구상해야 한다.
여섯 번째 쟁점은 인가기준이다.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은 운동장 면적, 강당 면적, 급식실, 식당, 교사실, 화장실, 교실 면적 및 개수를 판단하여 교실 개수당 유아 인원을 제시하여 인가를 받는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차이는 급식실과 식당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신규설립되는 국공립유치원은 1층에 급식실과 식당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 인가기준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실제, 사립유치원을 공립 단설유치원으로 매입하는 사업을 진행할 때 관건이 되는 것은 1층 급식실과 식당을 제외하고 6학급 이상이 나오느냐이다. 사립유치원 1층 교실 4개 정도를 급식실과 식당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공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어린이집의 인가기준은 영유아 1인당 면적으로 계산한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 사이에는 인가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공공형 어린이집이나 매입형 어린이집 사업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 이후는 달라진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있는 급식담당 공무원들이 급식실과 식당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 이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인가기준이 영유아 1인당 면적이라서, 교실 크기가 제각각일 수 있다. 유치원은 교실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환경차이가 나타난다. 인가기준에 따른 공간 크기는 국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 어린이집 순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고 향후 이 기준도 맞춰나가야 한다.
처음엔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지속될 순 없다. 형태를 갖춰나가야 필요가 있다. 통합은 다운그레이드가 아닌 업그레이드를 지향해야 한다.
7가지 쟁점을 통해 유보통합의 문제와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미, 유치원은 교육부의 학교체제 안에 들어와있다. 유치원의 모든 기준은 학교에 맞춰서 유-초-중-고의 계열성에 맞게 설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집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로 통합하면서 통합 유아교육기관이 당연히 교육부의 학교체제에서 논의돼야 함은 기본이다. 따라서, 통합모델로 유아학교를 기본모델로 하고, 운영 및 지원을 기존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 유아는 초등, 중등과 따로 갈 수 없다. 보육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육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영유아돌봄센터(가칭), 위탁 중심 육아종합지원센터 및 영유아돌봄센터(가칭) 운영, 보육교사 중심의 영유아교사 자격 배치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심각한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다. 통합은 업그레이드를 지향해야 한다. 다운그레이드는 지양해야 한다. 유보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유-초-중등의 계열성을 존중하는 교육부 방침을 따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통합모델은 교육부가 키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통합논의에서 유아교육계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양쪽 입장이 공히 수용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나아가, 교육의 3주체는 교사, 유아, 학부모로 학부모의 의견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유아교육계, 보육계, 학부모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쪽의 입장을 이해당사자라고 몰아가는 태도가 아주 문제가 되고 있다. 통합모델은 점진적 단계적 통합이 채택되어야 한다. 현재의 모습을 반영하여 유치원/ 어린이집 모델을 갖고 있다가 점차적 통합하는 형태이다. 단계적 유보통합은 윤석열정부의 처음 계획이기도 하다. 어린이집은 현재 정부지원시설과 정부미지원시설 간의 격차도 매우 크며, 정부미지원시설의 격차를 완화시켜줄 특효약도 없다. 이러한 것들을 반영하여 통합안을 내야 한다. 유아교육과 보육만의 특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통합이 아니라 계열성과 학교체제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교육도 보육도 충분한 교부금의 혜택을 받고, 안정적으로 통합이 실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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