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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이재명 1호 법안'에 '1호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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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이재명 1호 법안'에 '1호 거부권' 행사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막오른 '거부권 정국'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행사한 '1호 거부권'이자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23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이어 "법안 처리 이후 40개의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고,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 저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에 조속한 쌀 수급 안정화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야 대치는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거부권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입법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여겨져 현행 6공화국 체제 이후 실제로 행사된 빈도는 줄어들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은 총 6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45건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행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건, 노태우 전 대통령 7건,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등이다.

더욱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호 민생 법안'으로 선정한 양곡법을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으로 맞선 격이 됐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와 재표결에 부쳐진다. 그러나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 169석만으로는 통과가 어렵다.

일부 의원들이 삭발을 단행하며 양곡관리법 공포를 촉구했던 민주당은 국회로 넘어온 개정안에 재의결을 강행하는 방안과 새로운 입법을 마련해 처리하는 방안을 열어놓고 있다.

이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거부권은 대통령 마음대로 힘 자랑이나 하라는 제도가 아나다"면서 "윤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마저 거부권이라는 칼을 쥐고 마음대로 휘두르며 입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강조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의원 전원 명의의 성명을 내어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며 "윤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를 하고 '쌀값 정상화법' 거부를 건의해 농민들을 배신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외에도 야당이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을 '입법 독주'로 간주하고 국회를 통과할 경우 추가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입법 과정에 타협점을 찾지 못한 대통령과 제1야당이 '거부권 정국'으로 정면충돌해 거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단독 입법 강행 → 거부권 행사 → 법안 폐기'가 반복되는 정치의 악순환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법을 막을 방법은 재의요구권밖에 없다"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민주당은 자존심 상한다고 비슷한 법을 또 만들려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이 숫자로 밀어붙였던 임대차법, 탈원전, 광고물관리법 등은 다 실패로 끝났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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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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