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정부안이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 대통령이 '대법 판결 때문에 우리와 일본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했다"며 "이렇게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해도 되는가"라고 묻자 "대통령께서 사법부 판결을 위배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정부는 당연히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구체적 발언 뉘앙스를 가지고 '위배했다', '아니다' 단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도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채무자의 책임'을 선언한 것이고, '변제 실현 과정'은 별개의 영역일 수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 자체는 (대법원에 의해) 확정된 것이고, 채무자의 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하는 부분은 '집행'과 관련된 영역"이라고 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현재 논의되는 방식(제3자 변제안)이 배치되지 않는다고 구체적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일면 여지를 남겼다.
이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1965년 협정이나 양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그런데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했던 내용에 대한 문답이었다.
전날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안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 것"이라며 "(정부안도) 일단 판결은 인정을 하고, 그에 따른 채무 변제 방법 집행에 관한 부분이어서 모순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정 후보자와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정 후보자와 김 후보자는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최근 임기만료 및 정년 도래로 퇴임했거나 퇴임을 앞둔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의 후임이다.
한편 정 후보자는 최근 헌재가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 및 법안 가결 선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결정에서 법안의 효력을 인정한 데 대해 보수진영에서 "소신을 버렸다", "양심을 버렸다"는 비난이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양심을 버렸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법리적 비판은 할 수 있지만 헌재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이 '민우국(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카르텔'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의 이념 성향을 문제삼은 데 대해서도 그는 "재판관들이 정치적 지향성이나 가입했던 연구회의 경도된 의사에 따라 재판을 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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