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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청년 노동자가 말하는 '건설노조'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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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청년 노동자가 말하는 '건설노조'가 필요한 이유

['건폭'의 진짜 얼굴] 청년 건설노동자들이 전하는 건설현장

저는 노동자의 딸이자, 노동자인 30대 여성 김연지입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정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형틀 목수가 만든 틀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나면 겉에 있는 틀, 자재를 다 뜯어냅니다. 그 뜯어낸 자재를 정리하는 일입니다. 종류마다 분리해서 다음에도 쓸 수 있게 정리하고 뒷마무리까지 하는 일입니다.

노조 기능학교에서 배운 건설 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저를 보면 많은 분들이 젊은 여자가 건설 현장에 어떻게 왔냐 물어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오래전부터 건설 일을 하고 있었으니깐요. 가족들 덕분에 어릴 적부터 건설 현장이란 곳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한 동안 일을 쉬었어요. 경력도 끊겨서 고민하던 중에 가족들이 ‘여자들도 요새 노동조합 통해서 건설 일 많이 한다’라며 추천을 해줘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건설노조에서 하는 ‘기능학교’에서 형틀목수 일을 배웠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반생(철사 묶기)을 하든지, 스킬(원형 전기톱)로 나무를 잘라서 가와(보를 만들 때 측면에 합판을 대는 작업)를 만들고 붙이고. 제가 원래 미용 쪽 일을 하기도 했고, 취미로 네일 아트도 하다보니,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꾸미는 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건설 일도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생각이 드니 재밌더라고요.

물론 그런 와중에도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겁도 많이 났습니다. 밖에서 흔히 말하는 ‘노가다’ 일을, 여자인 내가 그 거친 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많이 두려웠습니다.

▲건설노조 조합원이 건설기능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영록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
▲건설노조 조합원이 건설기능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영록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

여전히 열악한 건설 현장 편의시설

그런 걱정을 하면서 2020년 3월, 첫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적응하기 어렵긴 했어요. 가장 먼저 힘들었던 건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이 올라가서 작업하는 게 무서웠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닌 분들은 저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분들이 좀 계셨어요.

그리고 탈의실, 화장실이 너무 열악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에 탈의실이 많이 있지 않으니 주차장에서 옷을 갈아입으시는 분들도 되게 많고. 화장실도 없으니 지나가다 보면 남자분들이 볼일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화장실도 여자, 남자 딱 하나씩만 있었는데 그 안에도 한 칸씩만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여자가 많이 없으니 거의 남자분들이 사용했어요. 그러다 보니 화장실에 가면 항상 남자들이 있으니까, 저는 그냥 밖에 있는 상가 화장실을 이용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서 현장의 시설은 많이 바뀌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열악합니다. 한여름에 쉴 곳이 없어서 현장 구석에서 합판 한 장 깔고 쪽잠 자는 사람들. 식당조차 마련되지 않아서 먼지 쌓인 곳에서 도시락 먹는 사람들. 화장실은 정말 사람이 쓸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나는 곳도 많아요. 큰 현장은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이 있으니 어엿한 ‘직장’을 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제가 알고 듣던 건설 현장과는 달라진 것도 많았습니다. 가족들이 건설 현장에 오래 있었기에 얘기를 많이 들었죠. 예전엔 노가다 꾼이라며 무시당하기 일쑤고, 회사에서는 월급을 제때 주지 않아 소송까지 갔던 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소송 과정도 너무 복잡하고, 그 과정에서 아예 돈을 떼이는 경우까지.. 옆에서 몇 번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일하면서 월급 걱정은 안 합니다. 이제는 제때 맞춰서 잘 나옵니다. 며칠이라도 늦어지면 난리가 나죠. 건설노조라는 단체 안에서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죠. 건설 현장에서 일해도 제대로 돈을 못 받는다는 걱정을 많이들 하시는데 노조 덕분에 그런 걱정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노조라는 단체가 저에겐 큰 힘이 된 거죠.

노동조합이다보니 집회도 합니다. 저도 노조 가입하기 전에만 해도 ‘왜 저렇게 모여서 시끄럽게 난리지?’하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노조 들어와 보니 알겠더라고요.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여러 사람이 하나로 소리 내어 외쳐야 그나마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노동조합이 아니었다면 저는 건설 현장에 들어올 생각조차 못했을 거라고.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어엿한 ‘직장’을 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고 인력사무소나 도급으로 일하면 그냥 ‘노가다’나 ‘날일’하는 느낌이었을 거에요. 노동조합 덕분에 자녀 장학금이라든지 연차 휴가 같은 혜택들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청년에게는 건설노조가 필요합니다

저처럼 건설 현장에서 일하려는 청년들한테는 정말 건설노조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아직도 건설 현장에는 청년이나 여성이 소수인데, 건설노조라는 큰 단체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또래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만들 수 있고요. 저는 노조에서 노래패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연습이 없을 때도 보곤 합니다. 직장인 밴드하는 느낌으로, 또래들과 취미 생활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건설노조를 정부에서 탄압하고 억압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건설사에서 알아서 잘 해왔으면 노조가 있을 필요가 없거든요. 회사들이 불법 하도급, 불법 고용 안 하고 법 잘 지켜왔으면 우리 노조가 나설 일이 없었는데요. 한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분께서 가진 자의 편에 서서 노동자와 편 가르기를 왜 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우리 청년 건설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 절실히 필요한데 말이죠. 건설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한데요. 참 안타깝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압수수색 중인 경찰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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