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총선시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 상태대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여야가 "비슷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15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일반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 여론조사로 다 나타나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 윤석열 정부가 몇 점이라고 하는 점수를 매길 필요가 없다. 평균적으로 지금 30% 중반에 있지 않나"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게 뭐냐,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진짜 윤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에 국정을 운영하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총선 과반 못 얻으면 그때부터 바로 레임덕이라는 거냐'고 라디오 진행자가 되묻자 그는 "레임덕이라는 게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집권을 했어도 굉장히 어렵구나' 하는 어느 예측이라도 할 수가 있지만, 내년은 집권 2년차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국민이 실질적으로 정권에 대한 심판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 상태대로 총선이 치러진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은지 묻자 김 전 위원장은 "지금 형태로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고 그로 인해서 민주당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거의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향후 민주당 리더십에 변화가 있다면 총선에서 여당이 불리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말이다.
국민의힘의 최근 모습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거를 하면서 의원들의 행태를 보니까 이게 과연 민주정당이 맞느냐, 이래 가지고서 과연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라며 "예를 들어서 초선의원 그룹이라고 하는 사람들 50명이 연판장을 돌려서 당 대표 출마를 하겠다는 후보자를 윽박지르는 모습"을 지적했다.
그는 "무슨 '당심이 민심이다' 하는 뚱딴지같은 얘기를 해서는 내가 보기에는 내년 총선에 그렇게 크게 희망을 걸기가 어렵지 않겠나"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을 보면, 지난 문재인 정부 '조국 사태' 때 민주당 의원들 행태나 이번 전당대회의 국민의힘 의원들 행태나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며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는 그런 형태가 돼 버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 굉장히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초선의원들이 내년 공천과 관련해서 혹시라도 공천에 탈락되지 않느냐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당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김기현 지도부에 이철규·배현진·박성민 등 친윤 핵심 인사들이 대거 진입한 데 대해서는 "역시 대통령의 의중이 그냥 다 반영이 된 형태"라며 "저게 과연 내년 총선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냐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공천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사람을 고르다 보니까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밖에 나타나는 형태를 보면 결국 전부가 다 흔히 얘기하는 친윤 그룹이라고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당직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아무런 반대 없이 그냥 일사불란하다고 해서 안정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라며 "정치 집단이라는 게 서로 의견이 교환되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지, 당이 그냥 명령 하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그 당이 안정된 당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재원 신임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만나 '5.18 정신 헌법전문 반영은 불가'라고 한 데 대한 걱정도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김재원 전 의원께서 좀 상식 이하의 얘기를 하지 않았나"라며 "전광훈 목사 앞에서 립서비스 하기 위해서 그런 얘기를 했지만, 보니까 금방 사죄했다고 그러는 거 같던데, 윤 대통령 공약에도 그게 들어 있는데 그걸 이행하지 않으면 또다시 호남을 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국민의힘에 비대위원장으로 들어가서 서진정책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 결과가 사실 대통령 선거에도 나타난 것"이라며 "호남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 광주나 전남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사는 호남 사람들의 정서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같은 데는 호남(출신)의 유권자가 34%가 더 되는데, 그 사람들을 잃어버리고서 선거를 하면 결과는 뻔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상황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지금 비명이니 친명이니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결국 가서 당의 진로를 놓고서 최종적으로 결심을 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가 아닌가"라며 "본인이 '무엇이 당을 위해서, 내년 총선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그 기준에 의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사법 리스크라는 것은 이 대표 개인의 문제이고 그건 사실 당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그걸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된다"고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일단 대표직 내려놓고 재판에 임하라는 뜻이냐'고 되묻자 그는 "내가 그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당의 앞날을 생각해서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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