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친윤 핵심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전면 배치하며 사실상 대통령 친정(親政) 체제 구축에 나섰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안철수·황교안 후보를 만나며 포용·탕평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말과 행동에 괴리가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요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협 정비 등 공천 밑작업을 담당할 핵심 보직인 당 사무총장에는 친윤계 이철규 의원(재선,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임명됐다. 이 의원은 친윤계 의원모임 '국민공감' 간사를 맡고 있으며 과거 장제원·권성동·윤한홍 의원 등과 함께 '윤핵관 4인방'으로도 꼽혔다.
사무총장 직속인 전략기획부총장에는 박성민 의원(초선, 울산 중구)이, 조직부총장에는 배현진 의원(초선, 서울 송파을)이 임명됐다.
당 수석대변인에는 유상범 의원(초선,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과 강민국 의원(초선, 경남 진주을)이, 대변인단에는 윤희석·김예령 전 선대위 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유상범·박성민 의원도 초선그룹 내 친윤계 핵심 인사이며, 특히 유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배현진 의원과 윤희석·김예령 대변인은 지난 대선 및 인수위 기간 윤 대통령 대변인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역시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박수영 의원이(초선, 부산 남구갑)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연구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관련 여론조사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박 의원은 '윤핵관' 중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강대식 의원(초선, 대구 동구을)을 임명한 것은 그나마 강 의원이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점을 고려한 탕평 인사의 일환으로 풀이되기도 하지만, 강 의원은 지난 1월 중순 신원식 의원 등과 함께 나경원 전 의원을 규탄하는 초선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려 '탈(脫)유승민계' 선언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강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는 비례대표 조명희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이기도 하다.
애초 이 자리에는 유승민계 중진인 유의동 의원이 고려됐으나, 유 의원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김기현 지도부가 옛 유승민계 인사 중에서 그나마 입장차가 덜한 강 의원을 낙점해 사실상 구색 맞추기 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를 도운 이들 가운데 이번 당직 인사에 이름을 올린 이는 없다.
때문에 김 대표가 이날 오후 2시 안 의원과, 다음날에는 황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연이어 잡으며 '통합'을 강조하는 행보에 나선 것도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안 의원과 만나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우리는) 큰 틀에서 한 식구"라며 화합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지금부터 당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안 의원은 다만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에게) '민심을 용산에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일부 고언도 했음을 밝혔다. 안 의원은 또 "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재충전의 시간을 달라"고 김 대표에게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김 대표가 과학기술 분야 당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당직을 제안했지만 이를 고사했다는 얘기다.
김 대표 등 신임 여당 지도부 인사들은 한편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 주재 만찬에 참석한다. 상견례 성격인 이번 만찬 행사에서는 당정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당정 일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와 대통령의 정기적 회동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당정대 사이의 협력 강화를 위한 채널을 구체화시켰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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