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바로 CCUS(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법입니다. 이 분야는 워낙 복잡한 수치, 기술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시겠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므로 최대한 쉽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여름, 우리는 폭염과 홍수를 번갈아 겪으며 극한의 '이상기후'를 체험했습니다. 또한 올해 유럽의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 원인은 이산화탄소(CO2)이죠.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쌓아올린 인류문명을 하나둘씩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9세기 산업화 대비 1도 상승하며 각종 폭염, 폭우, 태풍, 해수면 상승 등으로 농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데, 향후 2100년까지 0.5도가 더 상승한다고 했을 때 발생할 재해는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및 주요 20개국(G20)정상들은 섭씨 1.5도 이내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억제하자는 데 합의를 모았습니다. 현재 탄소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은커녕, 2040년에는 1.5도 기온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기환경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만일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 미래가 어떻게 될까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최근 영화 <Don’t Look Up(2021)>의 장면 속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우주과학자 2명은 지구를 멸망시킬 수준의 9킬로미터급 혜성이 곧 지구에 부딪힐 것이라 경고하지만, 정치인들은 당면한 인사 문제만을 고민하고, 매스미디어와 대중들은 이들을 조롱합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돈이 눈에 먼 기업인은 혜성을 폭파하여 잔해를 이용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고, 그 잔해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사기를 치지요. 결국 아무것도 실현되는 것은 없고, 혜성이 지구에 부딪혀 지구는 멸망합니다.
다행히 현실의 모습은 <Don’t Look Up>보다는 좀 나은지 모르겠습니다. 국제사회가 앞다투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자국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국의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RE100(기업활동 필요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 제도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고, 발전, 산업생산, 건물, 수송, 폐기물, 농축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부족합니다.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모으고(Carbon Capture and Storage), 재가공·활용(Carbon Utilization)까지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합의입니다.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파리협정에서 규정한 2030년까지의 국가별 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18년대비 4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우리 정부 정책을 집대성한 법안이 지난 2021년 9월 24일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입니다. 이 법은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어 국가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게 하고,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하며, 각종 탄소중립 실현수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래 자료는 우리 정부가 이 법을 기반으로 작성한 2021년 10월 18일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 따른 것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세계의 이산화탄소배출량(tCO2)은 연간 510억 톤 정도이고, 우리의 경우 연 7억 톤정도로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1.4%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2018년 기준으로 발전(2.7억tCO2), 산업(2.6억tCO2), 수송(1억tCO2)으로 약 80%가 2차 산업생산에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표 참조) 제조업·수출강국의 면모는 이런 데서도 단연히 드러납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는 겁니다. 이것이 넷제로(Net-Zero)입니다. 넷제로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면, 1) 화석에너지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보급량을 70%(2021년 현재 기준 7.5%)수준으로 높인다는 전제, 2) 수송부문의 휘발유·경유차량을 전기·수소차로 전면적으로 전환한다는 전제, 3) 산업생산량의 80%를 저탄소발생산업구조로 전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약 8000tCO2는 다 제거할 수 없고, 이를 산림을 더 조성하거나(흡수원),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CCUS)하는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발전·수송·산업분야에서 이산화탄소발생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이를 '제거'하는 노력이 없다면, 넷제로 사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 제철·제강 등에서의 탄소발생, 각종 휘발유·경유 차량, 육식 및 다소비에너지 생활구조 등 에너지 사용이나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탄소발생을 줄이는 탄소포집·활용기술을 신속히 상용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탄소포집의 원리는 상당히 다양한데,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나무심기에서부터, 정유·화학·시멘트 등 제조공정과정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용해·화학적 공정을 통해 직접 포집하는 형태(DAC, Direct Air Capture)까지 다양합니다.
또한 이를 저장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적정한 지중 또는 해저, 사용가치를 다한 유전을 찾아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 수준까지 발전해 있습니다. 과도한 이산화탄소량을 주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각균열 등 부작용으로 인하여, 해상 지층에 이를 저장하는 방안까지 이미 마련해 실현에 옮기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는 100억 톤 이상의 잠재 저장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탄소포집기술을 활성하는 데 필요한 제도는 무엇일까요? 결국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저탄소·무탄소 공정으로만 제작된 제품을 소비자가 구입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한 사업자가 배출권의 잉여·부족분을 타 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또한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조금, 자본출자, 세제혜택을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자에게 안전성 규제를 할 필요도 있지요. 가장 중요한 탄소 저장시설의 확보와 관련해 규율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의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CCUS의 기술체계, 정부의 목표설정, 사업자의 발전방향, 시민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정법입니다. 기존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내용 중 하나인,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 육성(제34조)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시의성과 적절성을 모두 갖춘 법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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