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벌써 2월이 되었습니다. 국회에서도 다양한 입법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기입니다. 본 지면에 소개하고 싶은 내용도 매우 많네요. 그럼에도 추리고 추려서 오늘 소개하고 싶은 법안은 바로 저작권법 개정안(도종환·성일종·이용호·유정주案)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월 중순에 저작권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입니다. 이 법안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바로 '넷플릭스'에 등장한 <오징어 게임>의 성공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OTT 역사상 최초로 1억 가구 이상이 시청했고, 넷플릭스는 이로서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도 하지요. 시즌2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국 작품들인 <지금 우리 학교는>, <마이 네임>, <수리남> 등도 1억 뷰(view) 성공의 반열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영상물의 여러 차례에 걸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을 제작한 황동혁 감독이나 작가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이유인즉, 현재 한국의 저작권법이 감독·작가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현행 저작권법상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으면 영상저작물의 저작권 등은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저작권법 제100조) 때문입니다.
통상 영상물을 제작할 때, 돈을 내는 사람들은 큰 제작사들입니다. 그리고 영화감독들은 이 제작사들과 계약을 하게 되죠. 영화는 수익을 내야 하니, 제작사들은 여러 계산 하에 영화감독들과 계약을 체결합니다. 영화감독들은 작가들이 만든 각본을 가지고 배우를 어떻게 구성해 연출하는가에 집중해야 하고, 제작사들은 이를 어떻게 팔아 수익을 내는가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영화가 크게 성공을 하면 영상제작에 비용을 지불한 영상제작사들이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지만,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은 이러한 '빅 보너스'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감독들이 영상을 제작하는 데 비용을 모두 지불했고, 그 비용에는 배우 출연료, 소품비 등등을 포함해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급여'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큰 잔칫상이 열렸는데, 상을 차린 사람은 숟가락도 못 얹는다는 표현이 적절한 비유일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자는 의도에서 바로 위 4명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내용이 '영상저작자들의 보상청구권' 제도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민주당 의원 들이 사이좋게 각 2명씩 발의를 한 법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자는 마음은 일치하는가 봅니다.
다만 그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유정주·성일종 의원의 경우는 감독·작가들이 영상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최종적으로 제공한 사업자'인 OTT 등을 포함한 플랫폼에 나누어달라고 하자는 안입니다. 이용호 의원이나 도종환 의원의 경우는 소위 '빅 보너스'가 발생한 경우에 그것이 ‘현저한 불균형’이라고 보이면 저작자가 양수인(또는 재양수인)에게 추가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안입니다.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계약 관계'가 있는가 여부입니다. 전자는 계약관계가 없지만, 일정한 '빅 보너스'가 생긴 것에 대해 OTT에 직접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기존의 계약질서를 존중해 계약 당사자끼리만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법의 논리로만 보면 후자가 타당할 수도 있지만, 실제 실효성은 전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사들은 OTT와 영상물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에, 감독·작가들이 계약을 맺은 제작사에게 청구를 하려면 제작사들이 OTT등에게 다시 청구하는 형태가 될 텐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작사나 OTT는 수시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해야 하는데, 갑을관계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는 OTT가 그 저작권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저작권을 보유하면서 OTT에게 이용·허락만 하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해 법을 회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 감독들은 이같은 법안에 크게 반색하고 있지요. 한국 영상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9일 국회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선언' 에 참석한 윤제균 감독(대표작 <국제시장>)은 "한국 영화감독 평균 연봉이 1800만 원, 시나리오 작가 평균 연봉은 1000만 원이다.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컨텐츠 강국을 이뤄간다"고 일갈하기도 했고,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좋은 창작자들이 나오려면 먹고 살 만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제2의 <기생충>, <오징어 게임>이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고 합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정당한 비례 보상'을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국가는 현재 28개국 정도 되는데, 이중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과 같은 문화 선진국들이 포함되어 있지요. 미국의 경우는 감독조합을 결성하고 있는데, 제작사들이 창작자들에게 사용료 총액의 10%가량의 '재상영 분배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제 저작권 규범인 '베른 협약'은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상제도를 책정한 국가들에서는 대한민국의 창작자단체에 보상금을 지급받아 가라고 합니다. 1년간 450억 원 정도 발생하는데, 이를 보상받아 가려면 한국의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감독들은 이 돈이면, 지금의 영상산업 생태계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요.
반면 OTT 회사들은 여러 형태로 반론을 제기합니다.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는 황동혁, 박찬욱, 봉준호 등 유명 창작자들만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거나, 추가 보상금 지급 명목을 투자비용에 책정해야 하기에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하고요.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다른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대한민국법을 회피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감독·작가들이 돈을 받아가는 만큼, 국내 OTT들이 외국 감독·작가들에게 돈을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요. 그만큼 신규 보상법제에 대한 우려가 크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2월 9일 국회 공청회에서는 이런 이해관계자 및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위와 같은 찬반론이 모두 등장했고, 의원들은 보상입법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법안이 영상창작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영상산업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동의하는 것 같고요. 다만 국내 OTT사들의 우려 등을 고려해 국내 영상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국내에서 외국에 지급해야 하는 저작권료 등도 모두 감안해 판단하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상 제작자들의 창작의 노고에 걸맞는 정당한 보상입법에 대해 여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 <올드보이>,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 뉴진스를 내놓은 '문화강국 한국'이 현재의 여건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생태계 종사자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법안은 시의성과 적정성을 모두 갖춘 입법이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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