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영유아들의 발달 격차를 해소하고 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을 본격 추진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원화 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고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공립유치원 교사들 중심으로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교원단체 반발의 핵심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처우, 양성체계 등을 통합하는 문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유보통합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기고를 싣는다. 이를 통해 영유아 발달에서 유보통합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새 정부에서 "첫 출발부터 공정하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국정과제 안에 유보통합을 제시하고,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여 유보통합을 실행할 것임을 발표한 이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의견 개진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 입장에서는 '유보통합'이 이슈가 될 때마다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교차되곤 한다. 필자가 유치원 교사로 생활하던 시절부터 시작하여 20여년의 교수로서의 삶을 살아오는 지금까지, 즉 유보통합이 완성되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 정부의 추진 의진 부족과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한 갈등으로 동력을 잃고 표류한 기억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이번에는 유보통합이 방향을 잃지 않고 추진될 수 있을까?", "해결해 가야 할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만 개진하다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중단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반면에 유보통합 추진 시 서로 다른 의견과 풀어가야 할 난제에 직면할 것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지금 또 주요 이슈가 된 것은 유보통합은 우리 세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과업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아교육과 보육은 출발점과 목표, 지향점을 달리하여 목적과 기능, 관할 행정부처가 서로 다른 이원화 체제로 발달해왔다. 이로 인해 영유아에게 교육과 돌봄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돌봄에 중점을 둔 보육서비스와 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서비스로 이원화되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경제적 역할의 확대로 유아교육과 보육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질 높은 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요구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영유아의 보호 및 복지차원에서 출발하였던 어린이집에서는 교육적 부분을 강조하고, 교육에 초점을 두던 유치원에서는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두 기관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유사성이 증가하였다. 이 같이 두 기관 간 유사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원화된 체제로 인한 기관 간 질적 격차와 소모적 갈등 및 행․재정 낭비 등의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보통합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의 OECD 주요 국가들은 생애 초기 아동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를 중심으로 유보통합을 진행하였다. 우리나라 또한 2012년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으로 확대 적용하여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각각 이원화하여 운영하던 유치원 교육과정과 표준 보육과정의 통합을 추진하였다. 이후 누리과정에 의해 교육과 보육을 받는 만 3-5세 유아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예산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일원화하면서 재정의 통합 또한 일부 이루어졌다. 그러나 유보통합 형태와 방식 등을 둘러싼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여 행정부처, 재정, 교사 자격 등은 통합 논의만 지속되었을 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추진되지 못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영유아는 발달단계 상 성장 과정 중에 있기에 권리 주체인 당사자만이 아닌 성인의 역할 및 영향력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유보통합 논의과정에서도 영유아 관점보다 부모나 행정가, 교원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우선 고려되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해 당사자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다 보면, 각기 다른 입장에서 주장하게 되어 합의된 안을 도출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하게 될 유보통합이 갈등만 일으키고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이 아니라 유보통합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재성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유보통합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 입장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중심에는 영유아가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유아에게 ‘유보통합이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답변하는 사람에 따라 그 대답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두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교사, 부모, 행정가, 정부 관계자 등 그 누가 답변하더라도 주요 키워드는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과 돌봄 제공', '출발선 평등', '개인 발달의 최적화', '영유아의 행복한 삶'이 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원화된 현 체제에서 우리나라 영유아들이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어떤 기관을 다닐지라도 균등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받고, 개개인의 발달을 최적화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 더 나아가 영유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받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원화 체제 속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각 기관의 고유성을 토대로 장점을 극대화하며 질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원화 체제에서 개별 기관의 노력으로 그 격차를 감소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원화된 교사 자격 및 교육․보육의 환경적 요소가 기관 간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보통합이 가장 효율적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되, 두 기관 간 프로그램 및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해소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유보통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보통합이라는 이슈에 직면하면 '오히려 질적 저하가 되는 건 아닌지', '현재 지닌 다양성이라는 장점이 축소되는 건 아닌지' 등등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잠재우고 유아교육과 보육의 질적 발전을 이루는 유보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에서 이를 추진해야 할까?
무엇보다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편성과 평등성, 자율성이 확보된 생애 초기의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며 교육과 돌봄을 포괄하는 '영유아학교(가칭)' 체제를 구축하고, 하나의 관리 체제 안에서 다양성에 기초한 선택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유보통합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요구가 아니라 기존에 제정된 법과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공교육 차원에서 유보통합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유보통합은 0-5세까지의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성’과 국가에 의해 시행되는 교육의 '공공성', 그리고 '넓은 의미의 교육'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 돌봄의 단순 통합이 아니라 0-2세와 3-5세 간 발달적 연계성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전 생애 기초교육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영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과의 연속성 및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균질한 전문성을 갖춘 교사에 의해, 영유아교육의 독특성을 살린 기관에서 교육과 돌봄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영유아학교 체제를 기반으로 한 유보통합 추진이 필요하다.
유아교육과 보육은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체제에 속해 있으며 각기 추구해온 고유성이 있기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통합에 대한 요구와 방향에서도 유사성보다 차이점이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영유아를 위한 유보통합'이라는 대전제를 잊지 않는다면, 경계를 넘어 소통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인다면, 영유아기의 고유성이 존중받는 영유아학교 체제를 기반으로 한 유보통합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성인인 우리는 우리나라 영유아들이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균등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받고,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통해 최적의 발달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지원할 책무가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지금이 유보통합을 추진할 적기라는 기대감을 갖고, 우리나라 영유아를 위해 성인인 우리가 해야 역할과 책무를 다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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