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가스 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 대책으로 취약계층 지원금 상향과 지원 대상 확대 등이 실행되었으나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여전히 크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30% 이상 운영비가 상승하여 사업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며 에너지 지원 법제화,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 소상공인 전용 보험 상품 마련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도시에 비해 지원이 제한적인 농촌지역 주민들의 정부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에너지 요금의 상승은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정부는 2022년 네 차례에 걸쳐 가스 요금을 인상했고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세 차례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시행했다. 그간 인위적으로 동결되어 왔던 전기, 가스 요금으로 인해 가스공사, 한국전력 의 누적 손실이 쌓이고 있던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공사의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상황에서 2022년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이 가져올 가계 경제의 부담 등을 사전에 정부가 충분히 설명했거나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 수단을 미리 마련했다면 요금 인상이 이렇게까지 사회문제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상되는 가계 부담을 고려하여 정부가 인상 시점에 대한 세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이를 놓치고 말았다.
인상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가정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2배로 인상하고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긴급복지 연료비’를 14.7만 가구에 지급하기로 하고 친환경 보일러 구매 지원 예산도 증액하였다. 가격 급등을 겪은 등유 사용 가구들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 대해 지원액을 증액했다. 정부는 기존의 에너지 복지 정책인 에너지바우처 정책 예산 확대, 에너지효율개선사업 확대를 이번 에너지 요금 부담 논란에 대한 대응 정책으로 마련하고 시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 정책의 초점은 기존 에너지복지 수혜 대상에만 맞추어졌다.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인해 갑자기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들, 농어민들은 정책 수혜 대상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기존 수혜 대상자를 목표로 한 정책 규모도 크지 않다. 난방설비 교체 지원 대상은 기존의 3.1만에서 3.4만으로 3000가구가 확대되었을 뿐이며 에너지효율개선 대상도 1000개 노후 아파트단지, 고시원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해당 지원 대책 발표 후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은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을 비롯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장기 대안을 밝힌 바가 없다. 혹한과 혹서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증가할 상황 등을 고려한 에너지 복지 대상 정비도 필요하지만 아직 이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에너지 요금 부담 문제는 재차 반복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승한 국제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가스공사와 한전 부채 경감을 위해 지난해에 정부가 결정한 요금 인상 기조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을 향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도 당분간은 전기, 가스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갈 2050탄소중립 이행 계획 역시 전기 요금 상승을 피할 수가 없다. 새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비중이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지속되어야 한다. 수출 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RE100 요구를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른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필수 과제가 되었다. 세계 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원전, 석탄 발전 비용에 근접하는 등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시장의 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증가는 당장의 전기 요금 상승으로 나타난다. 이런 에너지 비용 상승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는 건 전환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다수의 취약계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쟁, 공사 부채 보전이라는 요인에 의해 발생한 돌발적인 에너지재난 대응책이 아닌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연계된 에너지복지 정책이 새롭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에너지복지 정책은 에너지바우처 사업과 에너지효율개선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난방부문 에너지 복지를 위해 연탄, 등유 등의 화석연료를 에너지요금할인과 연료비 지원을 통해 전개해왔다. 이번 사태에서도 이들 사업의 대상과 지원액을 확대했을 뿐이다. 그런데 바우처 사업의 경우, 탄소중립 정책과 충돌이 일어나도록 설계된 복지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취약계층에게 비용을 지원해 지속적으로 등유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이유다. 이는 수혜자의 건강을 해치거나 사용 불편을 유지시키는 효과도 동시에 가져다준다. 워낙 급등한 전기요금, 가스요금으로 인해 긴급히 국민에게 에너지비용을 지원한 EU의 경우,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맞추어 화석연료 보일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2025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도 이런 방향의 정책 사업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바우처 사업 보다는 보일러 설비 교체, 주택 단열 사업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규모와 대상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취약계층 주택 개선 사업과 재생에너지원 난방, 전력 설비 확대의 결합 등이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노후주택 거주 소득 1분위는 240만 가구인데 효율개선 사업 대상은 연간 3만 가구로 한정되어 있다. 그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취약계층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주택에서 낮아진 에너지 비용으로 냉난방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복지 달성이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복지 정책의 목표일 것이다.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복지 향상이 병행되자면 현재의 에너지 복지 정책 사업들에 대한 전반적인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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