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분야 연례 국제회의인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현지시각) 전격 회동했지만 양쪽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서 블링컨 장관이 왕 위원에게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해한 것이 미국 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반"이며 "이런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어 블링컨 장관이 "미국은 어떠한 주권 침해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회동에서 중국 쪽의 "사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중 일정을 다시 잡는 것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달 초 중국 방문 예정이었던 블링컨 장관은 정찰 풍선 사태 뒤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다만 국무부는 이날 블링컨 장관이 "하나의 중국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하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과 같이 "중국과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 쪽은 이날 회담 내용을 짤막하게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왕 위원이 블링컨 장관에게 최근 비행선 사건을 처리하며 중·미 관계를 손상시킨 실수를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앞서 MSC에서 왕 위원은 "풍선"은 강풍 탓에 미국 영공으로 날아간 민간 무인 비행선이라며 미국이 이를 격추한 것은 "터무니 없고 히스테리성이며 군사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동 자체는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중국 전문가 크레이그 싱글톤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에 이 만남이 "미중 관계의 하향 궤도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양쪽에 신뢰가 거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대니 러셀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회동이 이뤄졌다는 사실과 양쪽이 정찰 풍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은 추후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다시 잡는 국면으로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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