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에게는 특유의 도전정신이 있다. 그 정신으로 우리는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고 해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 중심에는 민족기업이자 국민기업이라 할 수 있는 포스코가 있다. 필자를 포함한 포항시민 모두가 포스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자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막중한 사명을 지닌 포스코가 지난해 가을 큰 시련을 경험했다.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휩쓸고 설상가상으로 만조시간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불어난 냉천이 범람해 고로(용광로)가 침수되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피해를 안겨다 줬기 때문이다.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포스코 내부 모습을 보니 참담할 정도였다. 이를 보니 인류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힌남노가 지나간 직후는 포항 전역이 사실상 재난 지역이나 다름없었다. 냉천 주변은 하천수 범람으로 쑥대밭이 됐고, 도시 곳곳이 진흙탕으로 변해 하루아침의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이 속출했다.
포항시민 전체가 이 모습을 지켜만 보지 않았다. 필자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노동자로서, 재난대응부서인 부산지방국토청 등이 보유한 중장비가 빠르게 투입되면 재난을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후 부산국토청에 요청해 경상권에 배치된 수십여대의 중장비를 지원받아 추석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단을 투입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포항의 피해 지역은 빠르게 정상을 찾아갔고, 속속 일상으로의 복귀도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포스코 내부는 여전히 복구가 진행 중이었다. 항간에는 최소 반년, 최대 1년 동안 복구작업을 펼쳐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러한 우려는 한민족에게는 기우에 불과했다. 포스코 노동자들의 도전 정신도 투철한 만큼 예상됐던 복구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135일 만에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도 정상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 내부를 둘러볼 기회를 얻어 현장 견학을 통해 포스코의 저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방대한 부지의 제철소가 깊이 1미터 가량의 갯벌로 변하고, 핵심 설비 모두가 물에 잠겼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재난을 극복했다.
특히 핵심 설비인 압연기용 주모터를 교체하지 않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의 집념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땀방울이 신속한 정상화에 일조했다는 소식은 가슴 벅차오르는 감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포스코가 단순 철강회사가 아니라 국민기업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실 포스코는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철광석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철소가 가동되는 것은 국가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소 착공식에서 박태준 회장의 기념사에도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박태준 회장은 “실패하면 역사와 국민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그때는 우리 모두 우향우하여 영일만에 몸을 던져야 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포스코 건립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굳은 각오가 힌남노 피해 복구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민족기업답게 굳건한 각오로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사명감이 포스코 노동자들에게 가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포스코 정신에 힘입어 빠르게 정상궤도에 복귀한 포스코가 두 번 다시 이와 유사한 자연재해 앞에 무릎을 꿇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도 힘을 합쳐야 한다. 냉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서둘러 항사댐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
포항시와 수자원공사(K-Water)가 항사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냉천의 범람으로 포스코가 멈춰서 발생한 국가경제의 피해가 막대했던 만큼 빠르게 추진돼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하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사댐 건립은 결코 포항지역의 치수 대책에 그치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한 중차대한 사업이라는 점을 수자원공사도 분명히 인지하고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갖길 바란다.
여기에 유역 관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냉천을 대상으로 한 하천정비사업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
하천 바닥에 쌓인 모래를 준설하고, 하천변을 면밀히 정비해 제대로 된 물길을 만들어 태풍과 집중호우가 반복될 경우 힌남노와 같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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