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적'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해외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이 이란" 발언도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쓰인 표현과 국가 정상의 순방 중 발언의 외교적 무게가 다르다는 점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로 UAE에서 300억 달러 투자 유치, 스위스 풍력터빈업체 베스타스로부터 8억 달러 투자 유치 등을 든 뒤 "엄청난 순방 성과에도 그 과정의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아 민주당이 집요하게 순방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크부대를 방문해서 장병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UAE의 안보가 우리 안보다. 여기가 여러분의 조국'이라고 격려하는 가운데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맞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UAE에 주둔 중인 아크부대에서 꺼낸 “UAE의 적이 이란”이라는 말이 사실관계에 맞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주 원내대표는 국내 언론 보도를 줄줄이 인용했다. 주 원내대표는 "2018년 1월 2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TBS(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와 '아랍에미리트의 주적은 이란'이라 말한 바 있다"며 "작년 5월 16일 <연합뉴스>도 이란의 주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렇게 표현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2020년 8월 24일 <조선일보>는 '이란의 위협 앞에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손잡는 아랍과 이스라엘' 이렇게 해서 '안보 때문이다. 최대 위협인 이란을 막기 위해' 이런 표현이 있다"며 "2020년 1월 9일 <중앙일보>는 UAE를 한국의 적국으로 명시했고, 2019년 7월 8일 <동아일보>도 'UAE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평소 이란을 주적을 여겨왔다. UAE의 위협으로 작용했다'(고 썼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란을 주적으로 규정한 게 아니고 아랍에미리트를 지원하기 위해 나가 있는 아크부대에 아랍의 안보 현실이 이렇다는 걸 주지시킨 것 뿐"이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강조한 뒤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 이란이 아니라고 반박한 적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의 말대로 이란 대사관은 그간 'UAE는 이란의 적'이라는 내용의 국내 언론 보도에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이 이란" 발언에는 자국에 있는 한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이는 언론 보도와 국가 정상의 발언이 갖는 외교적 무게가 다르다는 점에 따른 대응 차이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국익 외교 앞에 한목소리를 내야 할 텐데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 등) 사실관계와 맞지 않고 이걸 확대 재생산해서 외교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까지 보이고 있다"며 이란과의 갈등 확대 원인을 민주당 탓으로 돌린 뒤 "이제 사실관계도 맞지 않으니까 제발 좀 그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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