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 설 인사를 나눴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좀처럼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안 의원이 보수진영 표심에 호소한 행보로 풀이됐다. 다만 안 의원이 과거 야권 무소속 대선후보로 출마하면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MB를 비판한 과거도 새삼 조명됐다.
안 의원은 20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했다. 안 의원은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말씀들을 주셨다"면서 "그 중에서도 특히 당이 지금 현재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열의 양상을 보이는 것을 굉장히 우려하셨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당이 분열되지 말고 특히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하나로 합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그 말씀을 하셨다"고 부연했다.
안 의원은 "또 이제 (이 전 대통령이 재임시) UAE라든지 원전(핵발전소 수출)에 대해서 처음 시작을 하셨지 않느냐. 그래서 그것이 앞으로 계속 더 잘 발전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당부의 말씀들을 하셨다"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 다른 분야들은 많이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정치와 노동 분야가 거기에 못 미친다. 그 부분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을 경주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까지 해주셨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이 전 대통령과 만나 '정치 발전'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고 밝힌 장면은 그의 과거 발언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안 의원은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나섰던 지난 2012년 10월 인하대 강연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뿐 아니라 정권 연장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대통령 한번 잘못 뽑으면 얼마나 힘들어질 수 있는가, 국민이 얼마나 괴로워질 수 있는가 절감했다"고 했었다.
당시 그의 강연 주제가 바로 정치개혁이었다. 그는 "정치혁신과 정권교체가 하나"라며 "불과 5년 만에 이렇게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고통 주고, 불안과 공포로 몰아갈 수 있다는 걸 이명박 대통령 정부와 여당이 입증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국회의원 대폭 줄여야" 파장 일 듯)
안 의원은 그에 앞서 2011년 9월에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며 "제가 만일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反한나라 선언…"현 집권세력에 반대")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끌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합당하면서 '2011년 집권세력'의 일원이 된 상태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의 정치적 노선은 언제나 중도였다"며 "당시에는 야권 대선후보여서 그런 ('반대' 등) 부분이 강조된 것이지, 그 때도 모든 사안에 대해 반대한 것은 아니고 정책과 사안에 따라 반대한 것도 있고 찬성한 것도 있다. 오늘 자리는 건강이 안 좋은 이 전 대통령에게 꿀 선물을 들고 설 인사를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과거 기업가·교수 시절 이명박 정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당시 대통령이었던 MB와 만난 적은 있으나, 2012년 대선 출마로 정치 여정을 시작한 이후 만남은 오늘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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