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의 가해 남성이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해당 가해자는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항거불능의 동료 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건물 아래로 밀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준강간치사죄로 중형이 선고됐지만 쟁점이었던 살인죄는 결국 적용되지 않았다.
19일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임은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 특례법상 준강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인하대생 A(21)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유 프로그램과 10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학교에서 평범한 동기로 지낸 피해자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삼았고 (피해자가)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성폭행하려고 했다"라며 "(범행 중 피해자가) 추락해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112나 119 신고 등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선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제 막 대학 신입생이 됐는데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아무런 잘못도 없이 고귀한 생을 마감하게 됐다"라며 "행인이 신고할 때까지 2시간 가까이 노상에 홀로 방치됐고 숨질 때까지 받았을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해당 사건의 가해자가 '8m 높이 건물 밑으로 추락한 피해자의 사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이에 따라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함에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망을 예상했거나,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인식했음이 인정된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으로 피고인이 얻게 되는 이익도 없으며 중한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취한 상태였던 피고인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해자의 음주 상태를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가해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의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한 점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몸을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떨어뜨린 사실은 확인된다는 점 등을 들어 가해자의 준강간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준강간치사죄에 대한 권고 형량(11~14년)을 넘어서는 징역 20년을 선고한 데에 대해선 가해자의 죄질과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을 들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음성 녹음을 시도하며 준강간 범행을 은폐하려 했"으며, 이에 "피해자 유족은 수면·섭식 장애 등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으며 피고인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족들은 가해자가 낸 1억 원의 공탁금도 수령을 거부했다.
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은 지난해 7월 15일 발생했다.
가해자 A씨는 당시 인하대에 재학 중이었던 남성 학생이었다. 사건을 인지한 인하대 측은 가해 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렸다.
가해자는 당일 피해자인 여성 동급생 B씨가 음주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가 되자 그를 성폭행하려 했다. 피해자는 그 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떨어졌고, 행인이 이를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2시간 가까이 노상에 방치됐다가 끝내 숨졌다.
가해자는 범죄 당시 성폭행 상황을 녹음하고, 피해자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달아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의 미필적 고의 불인정 판단에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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