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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음을 내 집앞에서 보고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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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음을 내 집앞에서 보고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이태원 지역상인 남인석 씨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이태원 지역상인 남인석 씨의 발언 전문.

이태원 상인으로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 참 부끄럽습니다. 원래 제가 나올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유족분들한테 사과의 인사를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이태원을 40년 동안 지켜온 한 사람으로서, 관광객들이 '서울은 몰라도 이태원은 안다'고 하는, 그 유명하다는 이태원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더 뭐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요.

젊은이들이 마음껏 기분을 내며 놀고 싶어서 왔는데, 그걸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 죽음을 내 집 앞에서 보고 저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날부터 계속, 49재 위령제까지 그 애들하고 그 자리에서 계속 같이 잤습니다. 힘듭니다.

여러분,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늘도 (이태원 현장을) 나오면서 보니까 외국인들, 한국인들, 조문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현장을 보살피고, 현장을 지키고, 그 현장에 추모공원, 문학관, (혹은) 정말 그 (놀고 싶었던) 젊은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음껏 놀 수 있는 그런 문화회관이라도 하나 만들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아이들이 헛되지 않게, (이태원 현장을) 와서 본 관광객들이 '이런 골목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구나' 하고, 자기들도 뭔가 생각이 달라지도록, 교훈이 되도록, 그런 공간을 만들어서, 그 젊은이들이 159명의 영원한 등불이 되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죄송스럽습니다. 죄송합니다, 유족 여러분.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습니까? 

여러분들도 한마음이 되셔서, 이 젊은이들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특위 위원님들하고 같이 서로 상의를 해서 그 영혼을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잘 논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네 편, 내 편 하지 마시고 같이 보십시오.

미국 뉴욕의 테러가 일어난 그 자리에 얼마나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었습니까.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다 갑니까. 이태원 지금 다 죽었습니다. 뭔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태원 상인들 다 죽었어요.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특위 위원들에게) 여러분 한번 현장에 와서 정말 오셔서 한 번 자세하니 살펴보세요, 어떤가. 그냥 사진 찍으러 오지 마시고, "왜 이렇게 죽었을까" 살피십시오.

제가 이 자리에서 한마디 말씀드리면 우리 진선미 위원께서 저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한번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싶다고요. 제가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거절했습니다. 또 전화가 왔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실 건데 점심이라도 대접하면 어떨까' 하고요. 제가 '점심 먹을 자격도 없습니다. 오지 마십시오' 그랬더니, 어느 순간에 비서진들하고 커피하고 도시락을 싸오셨어요. 위로하러 왔다고요. '저를 위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도시락 먹을 수 없습니다. 애들한테 좀 바치면 안 되겠습니까? 골목길에 놓고 아이들한테...'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위원님들) 현장에 한 번 오셔서 왜 이렇게 죽게 됐는가, 정말 특위 위원들, 한 분이나 오셨습니까?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위원님들 고생 많으시죠. 유족들 너무 슬프게 하지 마시고, '무엇이 옳은가' 진실되게 들으셔서, 정말로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해 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이태원 지역 상인인 남인석 씨가 진술 중에 울먹이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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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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