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오던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를 종결했다. 특수본은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의 원인으로 '군중 유체화 현상'을 지목했다. 특수본은 사고 안전대책 미수립 및 부실 대책 등으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고 경찰·구청·소방·교통 관계자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13일 특수본 손제한 특별수사본부장은 서울 마포구 경찰청사에서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74일간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이 밝힌 사고의 원인은 '군중 유체화'다. 참사 당일 많은 인파가 이태원역 등을 통해 세계음식거리 주변으로 밀집했고, 21시쯤부터는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군중 전체가 물에 휩쓸린 것처럼 움직이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22시 15분쯤 사고 골목으로 많은 사람이 떠밀려 내려오다가 한 주점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고, 넘어진 사람들 뒤편으로 계속 인파가 몰리며 차례대로 전도(顚倒)됐다"라며 "군중압력에 의해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수사 브리핑에 참여한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국과수 밀도 추정 감정서를 토대로 사고 골목길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오후 9시부터 10시30분까지 군집 밀도가 제곱미터당 6∼10명 사이가 되면서, 피해자 1인 평균 약 224㎏∼560㎏ 무게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압력에 시달리던 희생자들은 10분 이상 저산소증 등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지자체, 경찰 등 관계기관이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참사 직후에도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 등이 법령과 매뉴얼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참사 관계 기관들이 "이태원 일대 다중이 운집할 경우,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 및 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에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지차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관계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되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특수본은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 기관이 참사 직후에도 "구조 신고 등을 접수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라며 관계 기관들이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특수본은 강조했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구청장을 비롯한 6명은 구속 송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헬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경찰청 정보과 관계자는 구속 기소돼 30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한편 특수본은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 상급기관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동안 유족 및 시민사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특수본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해산한다. '소방청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과 '해밀톤 호텔'에 대해서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수사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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