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3대 개혁 추진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그리고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의지를 보여주었다. 교육부는 '2023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교육개혁을 완성할 수 있도록 부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이 학교 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고교다양화 등 학교 교육력 제고, 대학 규제 완화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다양성과 공정성
교육부는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지방 우수학교 육성, 고교다양화를 통해 모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고교 교육력 제고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대선 시기부터 윤 대통령은 교육 정책에서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교육부 업무 보고 모두발언에서 교육을 상품 서비스와 경쟁 시장에 비유하며, 교육의 다양성을 몇 차례 강조했다. 지난 정권은 외고, 자사고 등의 학교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하고 2020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특목고와 자사고의 설립 근거를 없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를 고치겠다고 말했다.
교육의 공정성과 다양성이라 했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떠올리는가. 입시경쟁으로 대표되는 학력위계와 그에 따른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며 사람들이 공감했듯이 고교서열화와 사교육이 심화한 사회에서 공정은 학생이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에 대물림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상품으로서의 교육다양성이 아닌 권리로서의 교육다양성을 이루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은 학생을 대학 가기 좋고 취업하기 좋은 상품처럼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다양한 관계를 익히고 배우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제도여야 한다.
그러나 우수학교를 육성하고 특목고와 자사고를 존치한다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교육의 다양성은 사회 기득권의 자녀만 갈 수 있는 명문학교를 유지하는 것, 모두가 아닌 몇 명의 엘리트를 만드는 것, 몇 엘리트들이 경쟁에서 이겨서 기득권을 세습하는 것이다. 노동과 젠더 이슈에서 드러난 윤석열 식 공정은 불평등한 체제를 유지할 소수의 엘리트를 살아남게 하는 능력주의로, 차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윤석열 식 공정으로 꾸려진 교육 정책이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교육의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 와중에 배불리는 이들이 있다
교육부는 맞춤형 교육 구현을 위한 '디지털기반 교육혁신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운영하고,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교사가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현장에서 도출된 어려움을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도록 '에듀테크 진흥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몇몇 학교에서는 향후 2~3년 안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반 교육 정책이 교육 현장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 주체들의 요구에 맞는 방향을 설정한 결과인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대면 수업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증원을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발 맞춰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교육 관련 기업들은 국가가 열어준 '교육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데 매진 중이라고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에듀테크 활용 가이드를 배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메타버스 기반 IT 체육활동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에듀테크 중심 업무계획을 가져온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전 설립한 아시아교육협회에 에듀테크 기업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나왔을 때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또한 교육부는 대학 정원・학사・재정운영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지역을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정시 지원자가 사실상 미달인 68곳 중 59곳이 서울 아닌 지역의 대학들이었다. 비 서울지역 대학은 학생 수 급감에 따른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의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문제는 단지 재정난을 호소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는 사립대학의 재산처분 유연화로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학재단은 교육기관으로써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학재단 재산의 대부분은 정부 예산 지원과 세제 혜택으로 형성된다. 그런 면에서 사학 재산도 공공재인데, 재산 처분의 규제를 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학재단의 비리는 오래된 민주주의의 문제였고, 대학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결국 사학재단 규제 완화는 교육의 공공성 책임이 있는 대학이 그 책임을 방기하고 이윤을 얻게끔 한다. 이는 대학 영리화의 문을 확장시켜줄 뿐이다.
경쟁과 경제적 이윤이 아닌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밝힌 교육개혁안의 문제는 앞서 짚은 것 외에도 많다. 미래 역량을 디지털 역량으로만 한정하여 정책이 고안된 점이나 교육 자치를 흔드는 시·도지사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추진 등이 있다.
국가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나타나듯 교육 공공성을 이루기 위한 책무를 진다. 그러나 현 정부가 말하는 교육 개혁은 기업과 사학재단들의 배만을 불리려는 목적이 다분해보인다. 윤 대통령의 교육 개혁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 서울 중심 대학, 입시 경쟁으로 나타나는 학력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도구만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겐 돈 보다 삶을 배우는 평등한 교육 현장을 만들 수 있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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