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구상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노조를 완전히 무슨 이상한 단체처럼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며 "사실 노조라고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근로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노조가 순전히 근로자의 권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다 보니까 상당히 질시의 대상이 돼있는데, 노조가 존재하지 않으면 지금 근로자의 권익이 그나마 보전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 구상에 대해 "말이 노동개혁이지 노동의 무엇을 개혁하려고 하는가가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 것이 소득의 양극화 현상인데, 정부가 어떻게 이걸 해결해야 할 것이냐는 데에 대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러면서 무조건 노조를 잘못된 조직처럼 폄하를 하면 다른 해결책이 있느냐 하는 것이 추구돼야 되는데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라며 "연금의 본뜻이 뭐냐, 노후의 생활안정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 아니냐. 그런데 지금 현재 연금개혁은 대부분의 의견들이 재정안정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솔직히 얘기해서 지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봤을 때, 그걸 가지고 노후생계가 보장이 될 수가 없다"며 "지금 연금개혁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 인구구조가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연금에 대한 염려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인구가 정상적인 구조로 발전을 못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출생률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라며 "작년에 0.7%대에 머물러 있는데 그러한 인구 출생률을 가지고는 연금개혁을 아무리 해봐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연금개혁을 하려 할 것 같으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나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전반적인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거기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와야 되는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이 막연하게 연금개혁이다 노동개혁이다 교육개혁이다 이렇게 개혁의 명분만 내세우고 있는데 그래 가지고서는 개혁이라는 것이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대한 대통령실 반응 과해…尹, 도어스테핑 더 이상 안 할 것"
김 전 위원장은 연금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저출생에 있다는 지적을 하던 중, 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헝가리식 해법'을 들고 나왔다가 대통령실과 정면 충돌을 빚은 데 대해 "그건 저출산대책의 하나의 아이디어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그렇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발표한 그런 의견을 갖다가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을 보인다는 자체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대통령실의 반응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낳았을 때부터 일정한 금액을 책정을 해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재정적 뒷받침을 만들자는 그런 아이디어도 있다. 지금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올 수가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특정인이 어떤 얘기를 했다고 해서 그대로 갈 수도 없는 것이고, 하나의 토론의 과정으로 생각하면 될 거라고 본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과한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했을 때는 '당권 도전을 하지 말아라' 하는 뜻이 내포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거기에 반대되는 방향을 보이니까 그런 격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나 이렇게 추측을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 질의응답, 이른바 도어스테핑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 스스로가 도어스테핑이 자기에게 얼마만큼 긍정적으로 작용하느냐 이런 측면을 한 6개월쯤 해보니까 판단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결국 가서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지금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더 많이 하겠다'고 했는데 아주 외형적인 소통도 지금은 중단된 상태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다시 옛날로 회귀하자는 건데..."
김 전 위원장은 한편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며 "우리 당의 정강정책 곳곳에 박혀있는 '민주당 흉내내기'부터 걷어내야 한다. '따뜻한 보수'와 같은 유약한 언어도 버려야 한다"고 한 것이 '김종인 비대위' 시절 만든 전향적 정강정책에 대한 반동적 공격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그게 과연 현명한 생각인지는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 질서를 논하는 사람들한테도 과거와 같은 보수적인 성향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 사람들이 자꾸 무슨 보수, 보수 한다는 것은 다시 옛날로 회귀하자고 얘기하는 것인데, 그렇게 가서는 내가 보기에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는 "흔히들 '시장경제', '자본주의'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나 시장경제 가지고는 지금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역시 지금 체제 자체가 변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경제민주화 구호를 가지고 대선을 끌어왔는데, 그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당의 정강정책이 완전히 '옛날 보수' 형태로 다시 바뀌어졌다. 그렇게 해가지고 모든 선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제가 20대 총선 끝나고 국민의힘 비대위에 가서 정강정책을 새롭게 만들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이끌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사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식으로 무슨 '기업만 잘 키우면 모든 게 다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성공한 예가 하나도 없다"며 "예를 들어서 2007~08년에는 금융위기로 인해서 신자유주의의 모순이라는 것이 제대로 다 드러났는데, 이제 와서 또다시 그런 이상한 얘기를 갖다 끄집어낸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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