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을 위해서는 여야 협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 전망에 대해서는 "새해에는 더 어렵지 않나"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3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지금 새해에도 '야당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하는 발언이 전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의 대립이 금년에 더 격렬해지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협치의 필요성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3대 과제로 내세운 것이 교육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이라며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의회가 협조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관계가 지금 상황처럼 돼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첫해였던 지난해에 대한 평가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선거 결과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해서, 그걸 기반으로 해서 정치를 해나가야 되는데 그러한 것이 좀 결여된 것"이라며 "일단 대통령에 당선됐으니까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대통령으로서 (정국을) 이끌어가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삼권분립을 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회의 기능을 일방적으로 그냥 행정부가 압도할 수가 없다"며 "국회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의 전반적인 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어떻게 합리적으로 국회를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이런 노력을 초기부터 경주했어야 되는데 그러한 노력이 전혀 안 보였기 때문에 그저 여야 간에 그냥 논쟁만 하고서 1년을 보냈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야당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지적헀다. 그는 "일단은 당은 당대로 상대를 해 주셔야지, 야당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니까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민주 정치에서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했다.
또 그는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게 도어스테핑을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하면 국민이 바라는 바가 뭔가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정책을 수행해서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었을 적에 소통이 되는 거지, 그저 말로만 언론 상대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소통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대, 보기 안 좋다"…"민주당 분당? 바보같은 짓"
여야 정당 상황과 관련,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거를 3월 8일에 한다고 돼있는데 지금 보면 참 모습이 별로 안 좋다. 그저 대통령의 신뢰를 누가 많이 갖나? 대통령과의 관계가 누가 제일 있나? 이런 식으로 당 대표 선거가 이뤄지는 것처럼 돼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 대표가 될 사람은 당의 지도자이고 경우에 따라서 다음에 대통령 후보도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러면 자기 역량으로 당을 어떻게 끌어서 총선을 이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을 가지고 당원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지, '윤심이 나에게 있으니까 내가 유리하다'는 이런 발상은 제발 좀 안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닌가"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최근에 와서 당에서 일부 사람들이 무슨 '당심이 민심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해서 너무나 오만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민심이 당심이 될 수는 있어도 당심이 민심이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비윤계의 탈당으로 인한 보수정당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려고 한다면 수도권 선거를 이겨야 한다"며 "수도권에서 선거를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가를 국민의힘 당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그러한 후보를 뽑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했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로 누가 유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될지는 아직은 가늠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각자 지금 거의 비슷비슷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상황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개인적인 리스크이지 그 자체가 무슨 당의 리스크라고는 보지를 않는다"고 그는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재명 지지세력과 비(非) 이재명 지지세력 사이에 갈등이 있지만, 거기도 선거 앞두고 분당해서 실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은 안 할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결국 만약에 이 대표가 구속되거나 그렇게 될 것 같으면 당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속까지 안 가더라도 기소가 될 경우) 이 대표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당 내에서 위축되는 상황은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각제 개헌, 심각하게 검토할 시기"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나 여야 정당의 문제의 구조적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제를 87년 민주화 이후에 지금 35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지금까지 대통령으로서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제, 지금 현재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헌법적인 권한을 어떻게 재조정을 해야 되는지를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제도를 놓고 봤을 적에는 대통령제 아니면 의원내각제 둘 중 하나가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우리가 그동안 대통령제로서의 여러 가지 체험을 많이 해왔고 성공한 대통령을 거의 갖지 못하는 그러한 불행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좀 심각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헌이나 선거법 개정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헌이고 선거법이고 사회적인 큰 변혁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지 평상시에 그걸 추진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걸 하려면 대통령 스스로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대통령이지만 이 문제를 처리해야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이상은 내가 보기에는 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서도 "내년에 당장 총선인데 지금 국회에서 중대선거구제도를 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실현이 되겠느냐"며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야권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각제 개헌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문 전 의장은 "시스템을 고쳐야할 수밖에 없다"며 "개헌밖에 없다"고 했다. 문 전 의장은 "그런데 내각제로 바로 못 가는 게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이 차라리 낫다'(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서도 "전 세계를 보면 통계로도 그렇고 완벽하게 내각제가 다 선진국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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