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자신이 수도권 승부의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수도권 당 대표 출마론'을 고리로 '안·윤연대'를 꾀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안 의원의 출마 선언에 축사를 보내는 한편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과도 '수도권 연대'를 넓혀 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윤심 당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수도권 대표론'과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모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수도권 대표론', '나경원 변수'를 중심으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안철수 "나는 윤힘 후보…수도권 민심 잘 알아"
안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심과 당심을 믿고 담대한 도전에 나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기대는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께 힘이 되는 대표가 되기 위해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강점으로는 수도권 경쟁력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먼저 "지난 총선은 수도권의 패배였다. 수도권 121석 중 17석만 건져 소수 여당으로 쪼그라든 것"이라며 "이번 총선도 수도권이 승부처다. 170석 압승을 위해서는 수도권 121석 중 70석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저는 영남에 기반을 둔 수도권 3선 의원"이라며 "저는 누구보다 수도권 민심, 중도 스윙보터(swing voter), 2030세대의 마음을 잘 안다. 오직 총선 승리를 이끌 경쟁력만으로 당 대표를 선택해달라고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차기 당 대표의 중요 과업인 총선 공천과 관련해 안 의원은 "부당하게 공천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공천 학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대표가 절실한 시간"이라며 "저는 당내 계파들과 무관하기 대문에 줄 세우기로 챙겨줘야 할 사람이 없다. 오직 경쟁력만 경쟁력만 보고 이기는 공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대표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안 의원에게 축사를 보내며 안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안 의원도 앞서 윤 의원 출마선언 당시 축사를 보낸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연대가 공식화되는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상현 "나경원도 같이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이번 당 대표는 '수도권에서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내용에 지극히 뜻을 같이 한다.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나 여기 있으니까 봐 달라'며 호소하는 분들이 아니라 '제가 당 대표가 되어 수도권 승리를 쟁취하겠으니 걱정 마시라' 말할 수 있는 결기를 가진 후보가 돼야 한다"며 "이런 기준으로 비춰봤을 때 안 의원님께서는 이미 충분한 경험과 확고한 비전을 갖고 계신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전당대회를 치르며 본격적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공동선언문을'을 작성할 차례가 된 것 같다"는 제안도 꺼냈다.
윤 의원은 이날 아침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 간 '김장연대'에 대해 "'텃밭 연대'에다 '기득권 연대'에다 '내로남불' 연대다. 수도권에 올라오지 못하고 영남권에서. 그게 바로 허장성세"라고 깎아내리는 한편 안 의원에 대해서는 "저는 이제 정치적 동지로 생각한다"고 구애를 폈다.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윤 의원은 안 의원과의 사이에 대해 "수도권 선거 승리를 견인하고자 하는 경쟁적인 협력관계"라며 "결국 결선 투표 가면 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막판에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른 한편 윤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나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윤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도권 대표론 면에서 나 부위원장도 괜찮은 카드 아닌가'라는 질문에 "나경원 부위원장도 지난 총선에서 동작을에서 낙선했다. 수도권 선거는 정말 처절하다"며 "당연히 수도권 선거의 중요성을 본인도 알고 또 '수도권 대표론' 이런 면에서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기현 "수도권? 분당은 '천당 밑에 분당' 아닌가"
반면 '김장연대'와 권성동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힘입어 '윤심 당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안 의원과 나 부위원장 양측에 공세를 폈다.
안·윤 의원이 '수도권 대표론'을 밀고 있는 데 대해 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당 밑에 분당이라고 그런다"며 국민의힘 '텃밭 지역구'라는 점을 시사한 뒤 "분당이 원래 (안 의원이) 연고가 있는 지역이 아닌데 자꾸 수도권 그러니까 참 그런 생각이 든다"고 일축했다.
안 의원이 전날 "김장김치는 3월이면 쉰다"며 '김장연대'를 견제한 데 대해 김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있는데 2차 산업혁명 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이미 3차 산업혁명에 들어오면 IT가 발전해서 각종 전자기기가 김치를 잘 숙성시켜주고 3월이 아니라 4, 5월이 되더라도 맛있게 만들어주는 김치냉장고가 있다"고 맞받았다.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김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부직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대표를 한다 그러면 '국민 정서에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이 들어올 것"이라며 "과거에 그런 전례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당 대표 출마는) 과도한 본인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나 부위원장이 아이 출생 시 대출 원금 탕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헝가리식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대통령실의 반발에 부딪친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은 "우리 교육부 장관 하셨던 분이 '5세 입학' 이렇게 했다가 굉장히 큰 논란이 되었는데 사전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아서였다"며 "그런 면에서 사전 조율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대통령실 편을 들었다.
한편, 김 의원과 윤 의원 모두로부터 언급된 나 부위원장은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조사 당원 지지율 압도적 1위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께서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달라"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철수, 조경태, 윤상현 의원과 같은 당의 훌륭한 지도자들이 (당 대표) 후보로 모두 나와 당원들의 온전한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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