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을 생략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각 분야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중단 등 언론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가운데, 보수언론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피력한 것이다.
지난달 30일에 진행돼 2일 보도된 인터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무인기 침범을 "소프트 테러"로 규정하며 한미 공조 강화를 토대로 한 강경한 대북 기조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과거 '핵우산'이라는 개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이전에 소련·중국에 대한 대비 개념이었다"며 "이제는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핵 공유에 못지않은 실효적 방안"이라고 한미 결속력을 강조하며 "한·미가 공유된 정보를 토대로 핵전력 운용에 관한 계획은 물론 연습과 훈련·작전을 함께한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또한 "한미 관계는 전통적인 안보뿐 아니라 공급망 문제를 포함한 경제안보, 보건과 기후변화 등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동맹체제로 가야 한다"고 전방위적인 공조 수위 강화를 예고했다.
한미 간 현안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문제에 대해선 "속도는 느리지만 궁극적으로는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한국 산업계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징용 문제, 특히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 문제만 해결되면 양국 정상 상호 방문을 통해 다방면에 걸친 한일 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뚜렷한 한미 공조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방침과 달리, 한중 관계, 남북 관계에선 온도차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한 강경한 방역 대책을 밝힌 데 대해 코로나19 초기이던 지난 2020년을 언급하며 "중국 관광객 입국을 차단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건의를 여섯 차례나 올렸다. 그런데 한중 관계라고 하는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그것을 무시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가졌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회담에 대해서도 "분위기는 좋았다"면서도 "첫 대면이라 불편한 얘기는 서로 안 꺼냈다"고 간극을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계획에 대해서도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보여주기식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되겠나"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여의도 정치를 얼마나 했다고 '윤핵관' 있겠나"
이어 윤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관련해 '검사 출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사람들이 '윤석열다움'이라고 할 때는 검사 때 타협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만 대통령은 검사와 하는 일이 다르다. 국민들이 든든하게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 대통령다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 의사에 대해선 "국면 전환이나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하는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내각이나 참모들이 현재 일을 해나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종합적으로 한번 판단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정무적 책임 범위에 대해 "과거에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면 전환 차원에서 인사를 하던 시절에도 책임을 물을 뭐가 있어야 했지, 그냥 사람을 바꾼 적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파 관리라는 점에서도 시스템이 많이 부족했고, 여러 기관의 협조도 부족했고, 사고 직후 보고 및 대응 체계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금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정부의 참사 대응 미비를 인정하면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문책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여야 관계가 경색된 데 대해선 "서로 간에 생각이 너무 다르다. 대화가 참 어렵다"고 했다. 다만 "지난번에 제가 국회 시정연설을 할 때 들어오지도 않았다. 경찰국 같은 예산안을 받아주면 야당에서 원하는 지역 상품권 예산을 많이 늘려주겠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문제 삼았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일차적인 책임을 돌렸다.
또한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정치 보복이라고 하려면 선거 이후 그야말로 정권이 뒷조사를 했다면 모를까, 지금 수사는 이미 민주당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다 나온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이어진 '윤핵관' 논란에 대해 "여의도 정치를 내가 얼마나 했다고 거기에 무슨 '윤핵관'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고 일축했다.
다만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강한 총선 승리 의지를 내보이며 "국민한테 약속했던 것들을 가장 잘할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라고 말을 할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언급하며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데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노동자 위한다고 일방에 치우치면 투자 안 한다"
윤 대통령은 올해 경제 전망에 관해 "성장률은 1%대로 보고 있다"고 어려움을 인정하며 "어떻게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어떻게 마켓을 형성하고, 그래서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친기업적 면모를 보였다.
또한 부동산 경착륙 예방 대책에 대해선 "새해에는 아주 속도감 있게 (대출, 세금 같은) 수요 규제를 풀 생각"이라며 "집을 임대하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완화해 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새해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노동 개혁에 대해선 "노사를 계급적 갈등 관계로 보면 안 된다"며 "공정한 노노 관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공정한 노사 관계는 노사 간 협상력이 대등한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다고 일방에 치우치면 투자를 안 한다"고 기업측 이해에 비중을 뒀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를 겨냥해 민간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국가 전체적으로 대리인 비용, 즉 도덕적 해이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시민 단체는 NGO(비정부기구)라고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GCO(Government Connected Organization·정부 연계 기구) 아닌가"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중단 등 언론 관계가 원만치 않은 데 대해 "대통령과 젊은 기자들이 힘을 합쳐서 대국민 소통을 잘해보자는 거였는데, 협조 체제가 잘 안 돼서 많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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