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후 약속했던 가리왕산 복원 약속을 여태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키장 슬로프였던 경사면이 무너지는 등, 우기를 맞아 산사태 등 자연재해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원주지방환경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달 29일 환경부가 강원도에 1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밝혔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협의내용 이행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등 환경영향평가법 제40조 3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한데도 환경부가 면피성 처벌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원도뿐만 아니라 정부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가리왕산 스키 경기장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친 가리왕산에 지어졌다. 만일 올림픽이 개최되지 않았다면 가리왕산 훼손 논란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2007년 러시아 소치와의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평창이 패한 후, 환경부와 산림청은 각각 가리왕산을 생태경관 보호지역,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자연 훼손을 막으려 했다. 가리왕산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 목록에 속한 주목이 세대별로 자라는 등 보전 가치가 매우 큰 산림자원으로 손꼽혔다.
결국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자, 환경 파괴 논란이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원도는 올림픽 후 복원을 약속했다. 당시 강원도는 복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경기장 경사면을 모니터링하고, 정선군 임계면에 시험양묘장을 만들어 신갈나무, 금강소나무, 들메나무, 왕사스래나무 등 보전 가치가 큰 묘목을 심어 식생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원도는 올림픽 후 이행조치 명령을 받았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간 환경단체 등은 가리왕산 경사면의 경사각이 가팔라, 신속한 복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사태 위험이 크다고 지적해 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겨울철 눈이 쌓였던 비탈면의 흙과 돌이 봄철부터 쓸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토양을 고정할 수 있는 산지재해공법을 무시하고 슬로프 시공이 이뤄진 영향으로 인해, 여름철 호우로 인한 산사태 등 재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지난 5월 17~18일 일대에 집중호우가 내리자, 그 영향으로 인해 경사면이 무너져 내리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인근 주민 6명이 산사태 우려로 인해 대피해야 했다. 위험이 큰 상황인데도 강원도는 여전히 적극적인 복원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강원도는 2021 동계아시안게임까지 가리왕산 슬로프를 유지해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장마철이 시작되어 일대의 위험이 커지자, 지난 달 25일 가리왕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으며, 태풍 쁘라삐룬 북상에 맞춰 현장상황관리관 두 명을 파견한 상태다. 과태료 처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행됐다. 하지만, 이미 봄철부터 복원 요구가 거셌음에도 실제 위험이 닥치고야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달 28일 녹색연합은 가리왕산 스키장 사업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정부와 강원도에 스키장 사업 과정의 문제점은 없었는가를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신 의원은 "장마철 호우로 인한 피해가 자명한데도, 강원도와 환경부 모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가리왕산 복원에 소극적인 강원도뿐만 아니라, 늑장을 부리다 뒤늦게 면피용 처벌을 내린 환경부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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