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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직성(直星)’의 문화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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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직성(直星)’의 문화문법

드디어 2022년(임인년(壬寅年))이 저물어 가고 있다. 곧 계묘년(癸卯年, 2023년)이 된다. 호랑이 해가 가고 토끼 해가 오는 것이다. 사실은 동지가 지났으니 이미 계묘년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다. 학문적으로 볼 때 갑자년은 동지에 시작되었으니 과거 새해의 시작은 동지였고, 띠도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2022년 12월 22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토끼띠라고 보아야 한다. 내년 6월부터는 만나이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2년은 젊어지는 것이 맞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사실 별로 와 닿는 것이 없다. 만으로 65세가 되면 노인이 되고 많은 것이 바뀐다고 하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지하철만 공짜로 탄다고 하는 것만 아는데, 그나마도 주로 세종에서 금산과 인천을 왕래하는 필자로서는 자가운전을 하기 때문에 기름값만 중요하다. 아무튼 필자는 뭔가 의문이 생기면 끝까지 파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어원에 관한 글만 계속 써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직성에 관한 어원을 풀어 보고자 한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즐겨 보는 토정비결이나 신년운세 등이 모두 음양오행이나 별자리에 관련된 것이 많다. 특히 음양오행은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별자리 또한 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정도로 토속신앙처럼 여겨왔다. 앞에서 필자가 뭘 하려면 끝까지 파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이런 표현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그냥 좋은 말인가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자리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제 직성의 유래를 찾아 보기로 하자.

우선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직성(直星) :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미(<국어사전>), 음양도에서,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 운명을 맡아 본다는 아홉 별(<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민속』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 운명을 맡고 있는 아홉 별. 제웅직성, 토직성, 수직성, 금직성, 일직성, 화직성, 계도직성, 월직성, 목직성이 있다. 남자는 열 살에 제웅직성이 들기 시작하고 여자는 열한 살에 제웅직성이 들기 시작하여 차례로 돌아간다.(<우리말샘>에서 인용)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참으로 우리말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제웅직성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제웅이라는 말은 제용, 처용이라고도 하는 저주의 인형을 말한다. 나후직성이라고도 한다. 고려가요에 보면 ‘나후덕’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이 처용을 가리킨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다. 처용은 신라 헌강왕 때 동해 용왕의 아들로 신라에 귀화한 인물이다. 역병을 치료하는 재능이 있었다. 그러니까 액막이의 방법으로 처용의 화상을 그리든지 처용의 인형을 사용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이 변하여 지금의 부적이 되었다. ‘처용화상>닭그림> 붉은(양) 닭> 붉은 글씨’ 등으로 변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러니까 제웅직성이 열 살에 들면 음력 정월 미망(未望14일) 밤에 짚단 등으로 인형을 만들어 액운을 당하는 사람의 옷을 입히고 성명 또는 출생한 행의 간지를 적어 길바닥이나 다리 밑에 버리는데, 이렇게 하면 그 액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 액땜이 된다고 보았다. 일종의 저주회피술이다.(<나무위키>에서 요약 인용함) 이것을 제웅버리기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남자는 열 살에 시작하여 아홉 씩 더해가면서(19, 28, 37, 46세 등), 여자는 열한 살에 시작하여 아홉 씩 더해가면서 20, 29, 38, 47세 등의 나이에 제웅직성을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동네 갈림길이나 다리 밑을 먼저 알아두어야 한다.

직성이 풀리다는 말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가려니 독자들이 이게 뭔 소리하는 것인가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말은 민속학적 접근이 필요한 단어들이 상당히 많다. 직성이 바로 그것이다.(이런 것을 일컬어 문화문법적 접근이라고 한다.)

이제 ‘직성’의 예문을 보자.

태호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이유를 꼭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차식이는 손을 씻을 때 비누칠을 세 번씩 해야 직성이 풀린다.

등과 같이 쓴다. 처음에는 음양도에서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 운명을 맡아 본다는 아홉 개의 별을 말하던 것이 변하여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질이나 운명”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요즘은 운명보다는 성질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리고 ‘직성이 풀리다’라는 말은 “소원이나 욕망이 이루어져 마음이 흡족하다”는 뜻의 관용구가 되었다.

언어는 처음의 의미와 지금 쓰이는 의미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언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언어의 역사성이다. 언어는 늘 탄생하고 성장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은따(은근히 따돌림)’라는 말은 지금 사라지고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변화하는 언어의 의미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ㅂㅅㅈ’이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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