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에 응할 뜻을 밝혔다. 조사 일시와 방식에 대해선 향후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를 '조작'으로 규정하며 불출석 방침을 시사했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26일 오후 국회 본청 내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잘 아시는 것처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던 사건"이라면서도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제3자 뇌물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 조사를 위해 이 대표에게 오는 28일 출석할 것을 지난 21일 통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다만 "조사의 일시, 방식 등에 대해 변호인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겠다"면서 검찰이 통보한 날짜인 28일 출석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8일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고 본회의도 예정돼 있어 당장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 후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선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28일 광주·전남 지역 '경청 투어' 일정을 예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 당시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를 물을 게 아니라,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조사를 받을 것인가를 먼저 물어보기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불응 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은 바 있다.
다른 당 지도부들 또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이 대표가 불응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날 오전에도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등은 최고위 공개회의에서 검찰의 이 대표 소환 요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관련 기사 : 與 "이재명 검찰 출두하라" vs 野 "이재명 아니라 김건희 수사해야")
그러나 실제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칫 '당당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면서 이날 비공개 회의 끝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성남FC 사건의 경우 대장동 사건과 달리 이 대표가 충분히 반박할 여지가 훨씬 크다는 점도 입장 선회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법 절차에 협조하는 것과 검찰의 일방적인 정치 탄압은 (다르다)"며 "이번 성남FC 건과 대장동 건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남FC 건은 돈이 성남시의 공공기관에 들어간 것이 맞기 때문에, 현직 시장·군수·도지사들은 상당히 공감하는 측면이 많을 것"이라며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다"면서 출석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당은 조사 일시, 방식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찰 측과 협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면 조사를 할지, 직접 출석할지, 어떤 식으로 할지 이런 문제는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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