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너무 보고 싶은 딸. 우리 딸이 잊혀질 까봐 엄마가 용기를 냈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너무 보고 싶은 딸. 우리 딸이 잊혀질 까봐 엄마가 용기를 냈어."

[현장] 참사 이후 49일, 참사 현장 인근에서 진행한 시민추모제

이태원 참사 49일 째인 16일 시민추모제를 진행하는 유가족들은 추모제 관련 기사 댓글 기능 중단을 포털·언론 등에 요청했다. <프레시안>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 추모제 관련 기사는 <프레시안> 사이트 및 포털에서 댓글창을 닫기로 했다. (관련기사 : "보도 댓글창 닫아달라"...이태원 참사 유가족 포털·언론에 호소)

"얘들아 우리가 왔다."

16일 오후 6시. 녹사평역 인근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태원역을 향해 걸어왔다.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과 희생자 지인들은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참사 현장에 다가올수록 유족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49일째가 되는 날인 16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시민추모제가 참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 진행됐다. 여전히 추모의 글이 빼곡한 참사 현장 앞 4차선 도로에는 유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잊지 않을게요' 등이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자리 잡았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오늘은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들,딸들이 이승에서 머무는 마지막 하루"라며 "마지막 하루 함께하기 모였다"라고 말했다.

▲ 이태원 참사 이후 49일째가 되는 날인 16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시민추모제가 참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 진행됐다. 여전히 추모의 글이 빼곡한 참사 현장 앞 4차선 도로에는 유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잊지 않을게요' 등이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자리 잡았다. ⓒ프레시안
▲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과 희생자 지인들은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프레시안

오후 6시 34분이 되자 참사 당일 첫 신고 음성이 재생됐다. 참사가 벌어지기 4시간 전, 경찰에 들어간 첫 신고 내용이었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 통제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아무도 통제를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신고자는 유족들과 시민들을 향한 편지도 보내왔다. 신고자는 "너무 슬프고, 죄송하고, 화가 난다"라며 "지난 49일간 매일 화가 끓어오를 때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를 주문처럼 되뇌이며 숨죽여 울었다"라고 말했다.

"토요일 안전을 방치했던 국가를 절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청년들을 잠재적 마약 범죄자로 낙인찍은 국가를 잊지 않겠습니다."

ⓒ프레시안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도 무시한 경찰,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때와 똑같다"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혐오하고,모욕하고 공격하면서 정쟁을 일삼고 권력유지에 골몰했던 여당의 인사가 이번 이태원 참사에도 똑같이 망언을 반복하는 걸 보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지마라"식의 발언을 했었다.

김 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철저한 진상규명과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정부가 하지 않고 있다며 같은 유가족으로서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참사 유족을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 또한 "오후 6시34분에 해밀톤 골목, 이마트24앞이라고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해 달라, 도와달라고 했는데 국가는 거기에 없었다"라며 "호소할 것이, 분노할 것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4시간 전이 아닌, 10월 28일,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미리 대비할 수 있었기에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기에 우리의 분노는 치밀어 오릅니다. (...) 우리가 애타게 유가족들을 찾아 헤맬 때도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고, 지금도 연락처를 주고 있지 않습니다. (...) 악성 댓글의 가해보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이 우리 유가족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습니다. (...)

생존자,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이, 이태원 거리의 상인들을 위한 대책 역시 마련되고 있지 않습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을 왜 방치하는 것입니까? 너무나도 많은 억울함이 있습니다."

ⓒ프레시안

사진과 이름, 편지 읽으며 '애도'한 유가족들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 유족들의 짧은 편지가 적힌 영상도 흘러나왔다.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희생자 사진이 나올 때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말하며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희생자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고맙고 사랑한다. 엄마아빠 동생들에게 헐만큼 혔다. 줄만큼 다주었다. 더이상 그 무엇도 원허지 않는다."

"사랑하는 공주 우리공주 아빠엄마가 꼭 만나러 갈거니까 천국에서 행복하게 잘있어."

"다음 생엔 이보다 좋은 세상에 태어나 충분한 삶을 살길 바라..."

"우리딸이 남긴 묘비명 입니다 별 나보러 올땐 웃어줘 별 지호야 너도 늘 웃고 있어라 웃으며 만나자"

ⓒ프레시안
ⓒ프레시안

더 긴 편지를 써온 유족들도 있었다. 10여 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각자 손으로 직접 종이 몇 장을 빼곡히 채운 편지를 단상 앞에 서서 꺼냈다. 희생자의 부모부터 언니,누나 등 형제자매들과 동료까지 '너에게 못다한 이야기'라는 이름의 편지를 유족들이 읽었다.

"너무 보고 싶은 딸. 우리 딸이 잊혀질까봐 엄마가 용기를 냈어. (...)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희생자 고 조한나 씨 어머니 이애란 씨)

"작년에 내가 너한테 죽고 싶다고 말할 때, 네가 울면서 말했지. 난 언니없이 못 사니까 가지 말라고. 그때 꼭 말해줄걸. 나도 너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나한테는 너무 과분했던 너의 그 사랑이 언니를 살려냈다고. 세은아. 네가 언니 곁에 와줘서 언니 세상이 밝아졌고, 네가 언니 곁에 있어줘서 언니가 사랑을 배웠어."

 (희생자 고 진세은 씨 언니)

"연주야 안녕, 언니야. 갑자기 떠날 준비하려니까 많이 정신없지? 네가 떠난 후로 물음표만 가득해. (...) 고통스럽게 떠난 158명의 사람들을 두고, 왜 편을 갈라 싸우는 건지."

(희생자 고 유연주 씨 언니 유정 씨)

"사랑하는 아들 경훈아, 엄마는 네가 있어 행복했고,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이다. 엄마가 널 지키지 못해 너무너무 미안하구나. (…) 그리고 늘 그랬듯이, 가끔은 너의 소식 꿈에서라도 엄마에게 전해줄래? 사랑한다, 내 아들아."

(희생자 고 이경훈 씨 어머니)

"이런 상황에도 아직도 그 날 일은 일반 사고라고 할 건가요? 정말 사고라는 단어를 알고는 있나요? 우리 아이들 두 번 죽이지 마십시오. 저는 정치,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우리 젊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덧씌어진 잔혹한 오명을 벗겨주는 것이, 참사 앞에서 애통한 우리들의 남겨진 숙제이기 때문에 용기를 냈습니다."

(희생자 고 김용건 씨 숙모 고준희 씨)

"하루하루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주일 바쁘게 생활했어요. 컴활, 토익 공부에 새벽 2시 이전에 잠 자본 적이 없어요. (...)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잠시만 일상을 멈추고 놀라갔는데, 누가 감히 우리 딸을 비롯해 158명에게, '놀러갔다가', '유흥하러 갔다가' 사고 난 것이라 비난하고 2차 가해를 하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정말 열심히 살다간 159명 아이들 잃은 것도 서러운데"

(희생자 고 김지현 씨 어머니 김채선 씨)

ⓒ프레시안

국가책임과 진상규명 재차 요구하는 유족들

유족들과 시민사회는 국가책임 인정,대통령 공식 사과 성역없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소통 보장 2차 가해 방지 대책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는 유가족 협의회가 처음으로 출범한 지난달부터 유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상황이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

저녁 9시 추모제를 마친 유족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하였으나 경찰은 녹사평역 인근에서 행진을 가로막았다. 유족들이 "요구서 전달하는 유가족을 왜 막냐", "29일 경찰은 어디있었냐" 등 항의하자 협의회 대표단만 대통령실로 이동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향후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이태원에서 2차 시민 추모제도 진행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